김훈(24·DB)은 올 시즌을 간절히 기다려온 선수 중 하나다. 지난 시즌 일반인 드래프트를 통해 2라운드 5순위로 DB에 입단한 그는 신인왕에 올랐다. 그러나 신인들의 기량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비판 속에 받은 상이라 마음의 짐이 남았다. 당시 김훈은 "난 다재다능하거나 임팩트 있는 선수가 아니다. 더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해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프로 2년 차가 된 김훈은 시즌 초반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8월 중순부터 정강이 피로골절 부상으로 장기간 재활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코트에 나선 건 지난달 23일 고양 오리온과 치른 홈 경기. 그러나 복귀 이후에도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팀은 11연패의 악몽에 빠졌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벌어진 사태인 만큼, 경기에 뛰는 선수도 부상으로 물러나 있는 선수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15일 홈 코트에 선 김훈이 바라고 또 바란 건 승리였다. 상대는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던 서울 SK. 이상범 DB 감독은 발목 부상이 있었던 김종규와 배강률을 경기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승부가 갈린 건 마지막 4쿼터였고, 주인공은 김훈이었다.
이날 김훈이 올린 득점은 9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26분 4초를 뛰면서 올린 9득점의 순도는 매우 높았다. 김훈의 손끝에서 터진 9득점은 모두 4쿼터에 터졌다. 허웅의 패스를 받아 4쿼터 첫 역전을 만든 첫 번째 3점슛, SK의 추격 의지를 꺾는 두 번째 3점슛, 그리고 연패 탈출에 쐐기를 박는 세 번째 3점슛까지 다 외곽포였다. 세 번째 3점슛을 터뜨린 뒤 김훈은 승리를 직감한 듯 포효하며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스스로 "임팩트 있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표현했던 김훈이지만, 이날 보여준 그의 활약은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상범 감독이 "슛 하나 보고 뽑았다"고 말할 정도로 슈팅 능력이 좋은 김훈은 결정적인 3점슛 3개를 쏘아 올렸다. "바라고 바랐던 순간이었다"고 연패 탈출의 기쁨을 돌이킨 김훈은 "머릿속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갔던 게 자신감을 줬다. DB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