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FC 서울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위해 17일 카타르 도하로 출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ACL 동아시아 지역 조별리그가 재개된다. 서울은 멜버른 빅토리(호주), 베이징 궈안(중국),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지난 2월 18일 멜버른에 1-0 승리를 거둔 서울은 현재 E조 1위에 올라있다. 베이징이 1승을 거뒀고, 2경기를 치른 멜버른이 1승1패, 치앙라이가 2패를 기록 중이다.
조 1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에 큰 기대감을 가지기 어렵다.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위기를 거듭하며 가까스로 K리그2(2부리그) 강등을 피했다. 최종 성적은 9위였다. 리그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서울이 아시아 강호들이 총출동한 ACL에서 선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서울이 올 시즌 네 번째 감독을 새롭게 선임한 뒤 ACL에 나선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최용수 감독이 성적 부진의 이유로 사퇴했다. 이어 김호영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9경기를 치르고 물러났다. 그러자 서울은 박혁순 감독대행을 다시 선임한 뒤 리그 일정을 끝냈다.
서울은 박혁순 감독대행으로 ACL을 치를 수 없었다. ACL 출전 팀 감독은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박혁순 감독대행에게는 P급 자격증이 없다. 서울은 다시 한번 감독대행을 내세웠다. 서울은 지난 13일 ACL 참가를 위해 P급을 보유한 이원준 감독대행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스카우트로 활동 중인 이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ACL 종료 시까지 단기 계약"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은 올 시즌 첫 번째 대행 선임을 시작으로 '대행의 대행'으로 리그를 치렀고, '대행의 대행의 대행'으로 ACL에 나선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감독 역량을 검증했다기보다 ACL 출전을 위해 급하게 선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흔들리는 팀을 잡아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서울의 ACL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떨어지는 결정적이 이유다.
또 필요할 때 정식 감독 선임을 하지 못한 서울 프런트의 행정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강명원 서울 단장은 "ACL 이전 신임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준비해왔으나 지연되고 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CL을 치르는 기간에도 다음 시즌 팀을 이끌 신임 감독 선임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오는 21일 베이징전을 시작으로 24일 치앙라이, 27일 치앙라이, 30일 베이징, 12월 3일 멜버른전까지 조별리그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