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의 BSFZ 아레나에서 펼쳐진 카타르와 평가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배한 것도 설욕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황의조(28·보르도)가 있었다. 그는 한국 A매치 역사상 최단 시간 골 신기록을 도왔다. 전반 16초, 황의조는 상대 문전으로 쇄도하며 카타르 수비수의 실수를 유도해 공을 빼앗았고, 황희찬(라이프치히)에게 연결했다. 황희찬은 빈 골문에 공을 밀어 넣었다. 황의조의 적극적인 압박이 만든 골이었다. 종전 기록은 1979년 9월 박대통령컵 국제축구대회 바레인전에서 나온 박성화의 20초 골이었다.
황의조는 전반 36분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500승을 확정하는 결승 골을 터뜨렸다. 지난 15일 열린 멕시코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신고했다.
이번 유럽 2연전에서 황의조의 위용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근 소속 팀에서 8개월 동안 골 침묵을 이어가는 등 부진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는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소속 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윙어'라는 옷을 입었지만, 벤투 감독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그 믿음이 2경기 연속 골로 돌아왔다.
황의조의 A매치 통산 득점은 12골(34경기 출전)로 늘어났다. 그는 2015년 9월 라오스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6-0 승)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그해 10월 자메이카와 친선전(3-0 승)에서 첫 골에 성공했다. 이후 황의조는 대표팀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2년 넘도록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대표팀에 발탁되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대표팀에서 잊히는 신세였다.
반전이 일어났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이 황의조를 대표팀 간판 원톱으로 낙점했다. 벤투 감독의 지지 속에서 황의조는 대표팀 내 포지션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했다. 황의조는 A매치 총 12골 중 무려 11골을 벤투 감독 체제에서 성공했다. 벤투호 최다 득점자 역시 황의조다. 벤투 감독과 황의조의 굳건한 신뢰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카타르전 승리 후 황의조는 "멕시코전에 져서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경기의 중요성도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선수들이 모여 기분 좋게 경기를 했다.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마무리해서 좋다"며 "소속 팀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대표팀에서 득점을 기록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소속 팀에 가서도 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