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3년 차 투수 김민규(21·두산)와 3년 차 송명기(20·NC)가 최고 무대에서 최고 투구를 선보였다.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KS·7전4승제)가 열린 21일 고척 스카이돔. 선발투수로 나선 두 신예 투수의 역투는 장내 관중뿐 아니라 야구팬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씩씩한 투구로 노련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김민규는 2020년 가을이 만든 스타다. KT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1회 무너진 선발투수 유희관에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뒤 5회까지 실점 없이 KT 타선을 막아내며 주목받았다. KS 2차전 영웅이기도 하다. 두산은 5-1, 4점 앞선 채 9회 수비로 돌입했지만, 마무리투수 이영하가 흔들리며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김민규는 이 상황에 등판해 리그 대표 교타자 박민우와 이명기를 각각 삼진과 땅볼로 잡아내며 두산의 승리를 지켜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발 카드가 마땅하지 않던 4차전에 김민규를 내세웠다. 베테랑 좌완투수 유희관의 포스트시즌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봤다. 김민규는 사령탑 믿음에 부응했다. 5회까지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2회 삼자범퇴로 막았고, 3회 2사 1·2루 위기에서는 이명기는 뜬공 처리했다.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한 5회도 무사 1루에서 상대한 노진혁, 애런 알테어, 지석훈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김민규의 KS 선발 데뷔전 성적은 5⅓이닝 4피안타 1실점. 실점은 5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명기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넘겼고, 구원 등판한 이영하가 양의지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탓에 기록됐다. 김민규의 투구는 흠잡을 데 없었다.
NC 선발투수 송명기도 김민규에 뒤지지 않았다. 그도 첫 다섯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호에게 허용한 내야 안타는 2루수 박민우의 송구가 다소 아쉬웠다. 출루를 허용한 뒤 상대한 거포 오재일도 삼진 처리. 처음으로 스코어링 포지션 진루를 허용한 3회도 허경민을 땅볼, 정수빈을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송명기의 KS 선발 데뷔전 성적은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송명기는 이번 KS에서 처음으로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는 선발투수가 됐다.
송명기는 올 시즌 36경기에 등판해 9승 3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24번째 등판까지는 불펜투수 임무를 소화했고, 8월 21일 광주 KIA전부터 선발로 나섰다. 9월 25일 창원 LG전부터 6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10월 등판한 5경기 평균자책점은 2.77.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가 남긴 10월 평균자책점(3.33) 보다 좋은 기록이었다.
1실점 김민규, 무실점 송명기 모두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20대 초반 두 투수가 한 시즌 가장 높은 무대에서 선배, 외국인 투수보다 빛나는 투구를 보여주며 한국시리즈 품격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