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30·두산)이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포수 전쟁'에서 양의지(33·NC)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KS는 두산 전·현직 포수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5·2016년 두산의 KS 우승을 이끈 양의지가 NC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백업에서 주전이 되자마자 2019년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끈 박세혁은 선배 양의지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방 싸움'에서는 박세혁이 더 돋보인다. 상대 벤치의 작전을 번번이 차단했다. KS 1~4차전 박세혁의 도루 저지율은 60%. 박세혁은 NC 주자들의 5차례 도루 시도 중 3번을 잡아냈다. 4차전 3회 말 2사 1루에서 애런 알테어에게 시리즈 첫 도루를 내줬다. 타자 박민우를 상대한 투수 김민규의 몸쪽(좌타자 기준) 슬라이더가 원바운드 돼 송구하지 못한 탓이었다.
박세혁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도루 저지율 19.2%에 그쳤다. 800이닝 이상을 소화한 KBO리그 포수 중 가장 낮았다. 숫자만 보면 '자동문(포수의 낮은 도루 저지율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상대 팀 주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두산과 플레이오프(PO)를 치른 KT의 한 선수는 "박세혁의 어깨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숫자(정규시즌 도루 저지율)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실제로 KT는 PO 4경기에서 3번밖에 도루 시도를 하지 못했다. 성공은 1번뿐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원래 (박)세혁이의 송구 능력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루 저지는 80%가 투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정규시즌 때 젊은 투수가 등판하면 '(도루를 의식하지 말고)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라'는 사인을 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투수와 벤치 모두 주자 견제에 신경 쓰고 있다"며 박세혁의 도루 저지 능력을 분석했다.
투수진이 슬라이드 스텝과 견제에 더 신경을 쓰면서, 강하고 정확했던 박세혁의 송구가 더 빛을 본다는 의미다. 박세혁의 이번 포스트시즌(PS) 8경기 도루 저지율은 62.5%(8번 중 5번 저지). 중압감이 큰 PS 무대에서 그는 더 강하고 정확했다.
양의지도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4차전 결승타를 치는 등 타격감이 뜨겁고, 팀 리더 역할도 잘해내고 있다. 그러나 안방에서는 빈틈이 있었다. 1차전 6회 초 1사 1루에서는 미트로 타자 오재일의 배트를 건드리며 타격 방해 판정을 받았다. 이 플레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3차전 6-6 동점이던 7회 초 무사 2루에서 양의지는 NC 투수 임정호의 6구째 슬라이더를 다리 사이로 빠뜨렸다. 폭투로 기록됐지만, 블로킹할 수 있는 공이었다. 1~4차전 도루 저지율도 25%(시도 4번 중 1번 저지)에 그쳤다.
박세혁은 잔 실수가 없었다. 투수 리드도 무난했다. 특히 젊은 투수들의 강점을 살리는 공 배합과 로케이션이 돋보였다. 이승진, 김민규 등 구위가 강한 투수들의 하이 패스트볼을 적소에 활용했다. NC 타자들이 낮은 변화구를 경계하고 있을 때,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으로 안으로 유도하는 과감한 공 배합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도 4차전까지 한 번도 포수를 교체하지 않으며 신뢰를 주고 있다. 안방에서만큼은 박세혁이 양의지에게 밀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