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이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5차전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김민규, 이승진 등 포스트시즌(PS)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들은 예상보다 좋은 투구를 하며 선전했다. 반면 6년(2015~20시즌) 연속 KS 진출을 이끈 야수진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김재호와 정수빈을 제외하면 3할 대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없었다. 사령탑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고, 분발을 촉구했다.
두산 타선은 5차전에서도 침묵했다. 0-5 패전. 3차전 8회부터 19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 김재환은 20타수 1안타, 타율 0.050에 그쳤다. 오재일은 3안타, 박건우는 2안타뿐이었다.
6차전도 참담했다. 두산의 정상적인 공격력이라면 득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광판 숫자는 '0'이 유지됐다. 심지어 선발투수 드류 루친스키는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다. 1회 초는 2사 1·2루에서 김재호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2회는 1사 만루 다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허경민이 삼진, 정수빈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4회는 선두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후속 오재일이 연속 안타를 치며 2·3루를 만들었다. 외야 뜬공, 느린 땅볼 1개면 득점이 가능한 상황. 그러나 박건우와 박세혁이 각각 3루와 1루 땅볼로 아웃됐다. 허경민의 잘 맞은 타구도 NC 2루수 박민우가 몸을 날려 잡아낸 뒤 정확한 송구를 해냈다.
두산은 5회도 선두타자 정수빈이 우전 안타 뒤 도루까지 성공하며 무사 2루 기회를 열었다. 최주환은 좌익수 직선타, 김재환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발 빠른 주자 정수빈조차 진루할 수 없었다. 이어진 상황에서 나선 김재호는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위기 뒤 기회가 온다'는 야구 속설이 있다. NC 기세가 오를만했다. 4회까지는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잘 막아냈다. 그러나 5회부터 균열이 벌어졌다. 2사 뒤 권희동과 박민우 그리고 이명기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6회도 알칸타라가 추가 실점을 했다. 1사 뒤 알테어에게 우전 2루타, 후속 박석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바뀐 투수 박치국은 볼넷 2개를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고, 이 상황에서 나선 이승진은 박민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두산은 7회 공격에서 25이닝 연속 무득점을 끊어냈다. 허경민과 정수빈이 연속 사구로 출루했고 최주환이 땅볼 진루타를 쳤다. 김재환이 우중간 내야 깊은 코스에 타구를 보내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적시타는 없었다. 후속 타자 김재호가 NC 김진성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치며 간신히 적시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순간이 두산이 짜낸 마지막 힘이었다. 두산은 6차전에서 2-4로 석패하며 NC에게 통합 우승을 내줬다.
리그 타율 1위에 오르며 주축 투수 연쇄 이탈에도 버팀목이 됐던 두산 화력의 힘.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소멸됐다. 7번째 KS 우승도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