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뱅크가 내년 증시 상장을 계획하면서 몸집을 키우더니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카카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카카오뱅크가 앞서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 거품 논란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앞두고 공격적인 자본 확충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사모펀드 투자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TPG 캐피탈을 통해 각각 25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 한 바 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는 제3자 방식의 유상증자로 1조원의 자본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시장에서 전망했던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이룬 성과다. 당초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자본확충 시기를 내년까지로 내다봤다.
1조원의 ‘총알’을 장전한 카카오뱅크는 내년 하반기 이후 기업공개(IPO)를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주관증권사 선정을 위한 RFP(제안 요청서)를 발송한 만큼 이른 시일 내 주관 증권사를 선정해 내년 하반기 이후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상장 후 기업 가치가 얼마나 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는 24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식의 1주당 가격이 8만1500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뱅크의 발행 주식 수(3억6500만주)를 고려해 계산해 보면 추정 시가총액은 29조7475억원에 이른다.
이는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뛰어넘는 시총이다. 같은 시점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시총은 각각 19조2934억원과 17조5102억원이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추정 시총은 4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10조6586억원)과 우리금융(7조2949억원) 시총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상장에 기업가치를 추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에서 주당 발행가는 2만3500원에 정해진 바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지분가치는 8조5800억원(증자 완료 전 기준)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장외시장 추정치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다.
관건은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실제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느냐다. 신생 은행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하기는 했으나, 아직 전통 금융사를 멀찍이 좇아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859억원이었고, 지난해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4대 은행들의 평균 순익은 1조6151억원에 달하고, 카카오뱅크보다 20배 가까운 이익을 내는 상황이다.
'인터넷 전문'이라는 효율성 면에서도 그다지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경영지표인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보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8% 이상이고, 하나은행도 7% 후반대다. 우리은행이 5.86%로 가장 낮지만, 카카오뱅크(5.29%)를 앞선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가 '거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는 성장 배경에 최대주주 카카오가 있다는 점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국민 플랫폼 카카오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비슷하게 지난 9월 카카오의 후광에 힘입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만 봐도 여전히 '거품' 논란을 이어가는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후 최고가 8만9100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4만9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가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사태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반짝 수혜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 상장 사례가 없으니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로써는 비대면 특화된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비대면 환경은 모든 금융권이 넓혀나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