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안전 시스템 구축’을 천명했지만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포스코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도 암울한 상황이다. 안전과 실적 모두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23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최 회장의 연임 자격 심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정관상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연임 의사를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공교롭게도 이런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산소공급용 배관설비 작업 도중 폭발사고로 포스코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했다. 25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여수시청, 소방청 감식반 등이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사망자가 3명이나 발생하자 포스코는 이날 최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회사 측은 “광양제철소 산소 배관설비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우리의 일터 현장에서 고귀한 목숨이 희생된 데 대해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저희를 지켜봐 주시는 지역사회에도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항상 인명사고가 나면 그때뿐이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다면 화재와 폭발, 죽음과 부상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 같은 포스코는 계속될 것”이라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포스코에서는 최근 3년간 연말·연초면 어김없이 인명사고가 일어나고 있어 안전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2018년 1월 포항제철소에서 외주업체 노동자 4명의 질소질식 사망사고 직후 ‘3년간 1조1050억원 투입, 안전 전문인력 200여 명 확보’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해결책이 되지 않고 있다. 2018년 6월 광양제철소에서 3t 크레인에 끼여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광양제철소에서 배열 발전 설비 중 폭발이 일어나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음으로 인해 땅이 흔들리기도 해 안전을 위해 이순신대교가 통제되기도 했다. 포스코의 책임자가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포스코는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존 안전 시스템 투자를 계속한다는 말만 할 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2018년 이후 계획대로 안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24일 폭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2018년 7월 취임 이후 포스코의 실적 성적표도 좋지 않다. 2017년에는 순이익 2조9735억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순이익 1조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2분기에는 매출 5조8848억원, 영업손실 1085억원(별도 기준)에 머물렀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분기에는 중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철강 업황이 조금씩 회복돼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해는 매출 60조원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철강의 회복 덕분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회장 자리는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항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도 퇴진하는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퇴임한 권오준 회장 뒤를 이어 9대 회장이 됐다. 전직 회장들과는 달리 비제철소장·비엔지니어·비서울대 경력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이 과연 경영성과·대내외 평가·미래 전략 등에 대한 추천위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11일에 예정된 이사회에서 최 회장의 최종후보 추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