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중순 취임한 제이크 아우만 신임 FCA코리아 사장. FCA코리아 제공 지프 브랜드를 판매하는 피아트클라이슬러(FCA)코리아에게 올해는 악몽과도 같다. 9년간 회사를 이끌던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이 지난 7월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및 폭행 의혹 제기돼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여파로 재고가 부족해 올해 1만대 이상 판매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판매량은 6819대로 전년 동기(8455대) 대비 19.3%나 감소했다.
연간 1만대 판매는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여겨지는 척도로 통한다. FCA 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진출 27년 만에 1만대 클럽에 처음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낙오한 셈이다.
대내외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지난 8월 중순 제이크 아우만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어느덧 한국에 온 지도 석 달. 아우만 사장은 지난 18일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지프 브랜드의 80주년을 맞는 내년은 최고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1만대 클럽 재진입도 노리겠다"고 자신했다. 또 존중과 포용에 기반을 둔 기업 문화 조성을 취임 후 과제로 꼽으며 "딜러와 고객, 직원 등 관계자 모두를 존중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 사무실에 접속한 아우만 사장과 화상으로 진행됐다. 2020년 8월 중순 취임한 제이크 아우만 신임 FCA코리아 사장. FCA코리아 제공
-부임한 지 3개월이 흘렀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파악했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취임 전 중국에서 2년, 그리고 7년간 아시아를 담당했다. 특히 5년간은 한국팀과 많이 협력했다. 중국이나 미국에서 주효하게 작용했던 전략이 한국에서는 주효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지프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가수 비와의 파트너십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단순히 유명인과의 협업이 아니라 실제 브랜드를 사랑하는 소유주와의 파트너십이었다.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2~3년간 소비층에 변화가 있나. "소비력이 있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지프 브랜드를 자신의 일부 혹은 표현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아웃도어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지프를 통해 모험과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세대이다. 주목할 만한 건 세계적으로 지난 수년간 지프의 여성 소비자 증가했다는 점이다. 여성 결정권 높아지면서 여성 소비자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는 낮아지고 여성 오너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도 올해 판매량이 예년만 못하다. "올해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재고가 부족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내년은 달라질 것이다. 지프 브랜드가 80주년을 맞는다. 한정판 에디션 등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지프의 첫 전동화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1만대 클럽 재진입은 물론 기념비적인 한 해를 만들겠다."
FCA코리아가 내년 출시 예정이 랭글러 4xe. FCA코리아 제공
-전동화 모델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FCA는 다양한 전기차 개발 계획을 수년 내에 갖고 있다. 한국시장은 전기차 보급률이 2% 정도인데, 향후 2~3년 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내년 지프 랭글러 '4xe'를 한국에 출시한다. 4xe는 랭글러 라인업 최초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앞으로 지프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은 랭글러를 시작으로 레니게이드와 체로키, 컴패스 등 라인업 전체로 확대될 것이다."
-지프 외에 다른 브랜드의 도입 계획은.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등 브랜드가 있지만 당분간 지프에 주력할 것이다. 지프에 집중해서 더 좋은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것이 우선 목표다. 향후 소비자 요구가 있다면 도입할 수 있다. 알파로메오 역시 한국 니즈가 있었지만, 나중에 검토할 예정이다."
-전임 사장이 불명예 퇴진했다.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 "부임하기 전 FCA코리아의 기업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직원들은 사기로 가득 차 있다. 고객과 딜러들을 위한다는 공통의 목표에 집중하고 있고, 항상 개방된 자세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글래디에이터'의 성공은 직원들의 사기충천에 큰 역활을 했다. 글래디에이터는 초도 물량 300대가 2주 만에 완판됐다. 이후 200대의 추가 물량 또한 계약이 완료됐다. 지금도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글래디에이터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에 대한 소식을 받고 있다. 이런 성공 사례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FCA코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지프 브랜드 체로키(맨 왼쪽부터), 컴패스, 랭글러, 글래디에이터, 그랜드 체로키, 레니게이드. FCA코리아 제공
-기업문화 개선 방안은. "내가 FCA 코리아의 문화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누구나 지위고하에 불문하고 공평하게 동등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것이다. FCA코리아 내부에 존중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 임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딜러사 관계자, 고객들에게도 늘 개방적이고 존중하는 자세로 임하겠다."
-수입차의 고질병인 서비스센터 개선 방안은. "서비스센터는 현재 16곳을 운영 중이다. 올해 말과 내년에 추가할 예정이다.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울과 부산, 제주 소비자가 모두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구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생활은 어떤가. 타고 다니는 모델은. "9월 초 한국에 왔다. 2주 동안 가족과 함께 격리됐다. 그 기간 한국 정부에서 정말로 잘 보살펴줬다. 유일한 어려움이 있었다면 협소한 47㎡의 공간에 격리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최근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그랜드 체로키를 타고 출근한다. 주말에는 골프 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 와서는 업무가 바쁘고 적응하느라 아직 기회가 없었다. 한국의 골프 코스를 경험할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 많은 한국 음식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한우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김치에도 익숙해지고 차차 좋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 문화에 좀 더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