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는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112명이 행사한 투표(만점 896점)에서 로하스는 653점을 획득, 2위 양의지(NC·374점)를 제쳤다.
이로써 로하스는 투수를 포함해 역대 6번째, 타자로는 3번째로 MVP를 차지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KT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MVP를 배출했다. 미국으로 떠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로하스는 "이강철 감독님과 코치, 동료, 프런트의 지원 덕분에 타격 4관왕과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는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로하스는 2020 정규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9·47홈런·135타점·116득점·출루율 0.417·장타율 0.680을 기록했다. 홈런·타점·득점·장타율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최다 안타 2위, 타율과 출루율은 3위에 올랐다. 양의지가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공로를 앞세워 MVP에 도전했지만, 로하스가 이겼다.
로하스는 2017년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없었고, 마이너리그 기록(837경기 타율 0.258)도 저조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그는 KBO리그 데뷔 첫 10경기 타율도 0.167에 그쳤다.
미국으로 날아가 로하스 영입을 주도한 이충무 KT 운영 차장은 "로하스의 빠른 공 대처는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봤다. 하체를 잘 활용하는 타격도 인상적이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은 타자였다"고 돌아봤다. 로하스는 7월 이후 출전한 68경기에서 타율 0.305·17홈런·장타율 0.596를 기록했다. 2018 정규시즌에서는 43홈런을 치며 이 부분 공동 2위에 올랐다.
로하스는 야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 멜 로하스 시니어는 MLB 통산 525경기에 등판, 126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였다. 사촌 모이세스 알루는 현역 시절, 올스타만 6번 선정된 스타 플레이어다. 로하스의 시선도 항상 MLB를 향했다. 2018시즌 종료 뒤 KT가 재계약 제안을 했을 때도 고민했다.
그러나 MLB 구단의 계약 조건은 성에 차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기량을 더 갈고닦기로 결심했다. 2019시즌 대비 애리조나(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KBO리그에서 최고 선수가 된다면 더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KBO리그에서 더 성장했다. 스위치 히터인 로하스는 우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떨어졌다. KBO리그 데뷔 직전, 귀넷 브레이브스(애틀란타 산하 트리플A) 소속으로 뛴 마이너리그에서도 우타석 타율이 0.248에 그쳤다. KBO리그에서 뛴 2017~18시즌에도 좌타석(타율 0.308)보다 우타석(타율 0.276) 기록이 저조했다.
그는 타격 자세와 메커니즘에 변화를 주며 좌투수 상대 변화구 대응력을 키워갔다. 올해는 우타석에서 타율 0.379·13홈런을 기록했다. 벌크업 여파로 움직임이 둔해지자, 올 시즌을 앞두고 체질 개선에 힘을 썼다. 유연성을 키운 덕분에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었고, 더 민첩한 외야 수비도 보여줬다.
지금까지 MVP를 수상한 외국인 타자는 타이론 우즈(1998년·OB 소속)와 에릭 테임즈(2015년·NC 소속)뿐이었다. 우즈는 외국인 선수 제도 원년(1998년) 42홈런을 터뜨렸다. '국민 타자' 이승엽과 홈런왕 경쟁을 펼치며 리그를 달궜다. 테임즈는 2016년에는 역대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로하스가 두 타자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인정받으며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계보를 이었다.
이제 관심은 로하스의 거취에 쏠린다. MLB와 일본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온다.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한 조쉬 린드블럼도 KBO리그에서 향상된 기량을 인정받고 밀워키와 계약했다. 테임즈도 마찬가지였다. 로하스는 MVP 수상 뒤 "내년에도 KT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잔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최우수신인선수(신인상)는 KT 소형준(19)이 차지했다. 560점 만점에 511점을 획득했다. 소형준은 2020 정규시즌에서 13승6패·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10승 이상 올린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KT는 2018년 야수 강백호에 이어 두 번째로 신인왕을 배출했다. 소형준은 "단 한 번뿐인 상을 받아서 영광이다. 이강철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