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승진했다. 통신기업인 SK텔레콤 사장을 하면서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 최고 경영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서 주목된다.
SK그룹은 3일 2021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박 사장을 SK하이닉스 부회장도 겸하도록 했다.
SK그룹 측은 박 부회장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이면서 인수합병(M&A)의 전문가라는 점을 인사 배경으로 꼽는다.
박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그룹의 최고 M&A 해결사로 꼽힌다.
그는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박 사장은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고, 2017년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최 회장의 일본 출장에 동행하는 등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할 당시 이석희 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중대 현안을 결정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인텔 출신의 이석희 사장이 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강화를 위해 초기에 인텔 측과 접촉하며 인수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이후 박 부회장이 도와 M&A 실무를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하이닉스 경영의 지원군으로 투입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하이닉스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봤다.
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낸드 부문 역시 인텔의 사업부 인수로 글로벌 2위 도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확고한 2위 자리를 지키면서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박 부회장이 SKT와 하이닉스를 직접 지휘하며 글로벌 AI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SK측은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융·복합화가 심화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사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