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세 번 넘어졌다.
2017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나섰던 ACL.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적 성적표를 받았다. 2018시즌 울산은 조 2위를 기록하며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했지만 16강에서 수원 삼성에 무너졌다. 2019시즌 울산은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지만, 우라와 레드(일본)를 넘지 못하며 탈락했다. ACL에 있어서 김도훈 감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런 그가 네 번째 ACL 도전에 나섰다.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강력한 멤버를 구축한 채로 아시아 무대로 들어왔다. 시작은 불안했다. 지난 2월 열린 F조 1차전 FC 도쿄(일본)과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ACL은 무기한 연기됐고, 지난 11월 동아시아 지역 조별리그가 재개됐다. 김도훈 감독의 울산은 놀라운 모습을 드러냈다. 상하이 선화(중국·3-1 승)전을 시작으로 퍼스 글로리(호주·2-1 승), 퍼스 글로리(2-0 승), FC 도쿄(2-1 승), 상하이 선화(4-1 승)전까지 조별리그에서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기도 전에 조 1위를 확정지었다. 이 기세는 16강에서도 이어졌다. 16강에서 만난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3-0으로 완파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카타르에 입성한 후 가진 6경기에서 16골4실점을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을 연출했다. 1차전까지 포함해 총 17골로 ACL 팀 득점 1위를 질주 중이다. 게다가 6경기 연속 2골 이상은 ACL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2013년 광저우 헝다(중국)가 6경기 연속 2골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주니오, 비욘 존슨 등 외인 공격수들이 필요할 때 득점을 해주고 있고, 김인성, 윤빛가람 등 국내 선수들도 골맛을 즐기고 있다. '베테랑' 이청용의 존재감과 젊은 피 원두재의 신선한 동력 등도 합쳐졌다. 간판 골키퍼 조현우가 빠졌지만 하나 된 수비 조직력을 과시하며 골문을 틀어막고 있다. 공격과 중원 수비까지, 울산은 올 시즌 ACL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8강 확정 후 승리의 기쁨보다 아쉬운 점을 더 강조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줬지만 공격적인 찬스에서 골을 더 넣어주면 좋겠다. 아직까지 골에 배고픔이 있다. 8년 만에 8강에 들었고, 6경기 연속 2골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기록을 깨기 위해서라도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멜버른 빅토리전 2골을 넣은 비욘 존슨에 대해서도 "잘해주고 있지만 더 많은 골을 원한다. 더 집중해서 득점을 한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울산은 앞으로 3경기만 더 승리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6강부터 결승까지 모두 단판 승부로 펼쳐진다. 8강 대진은 8일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결승에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올라온 페르세폴리스(이란)가 기다리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좋은 스쿼드를 갖고 있어 행복하다. 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선수들이 잘 준비를 했고, 노력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나가도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좋은 결과로 대회를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