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방송·가요계를 막론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가 거세다. 특히 12월은 아티스트부터 스태프들까지 직접적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12월 계획된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코로나19 1차, 2차 대유행 때만 해도 연예계는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분위기였다. 정부 지침 아래 방역과 안전 예방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으면서 일명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3차 유행은 다르다. 매일 코로나19 이슈가 터지고 있고 사태의 심각성도 가히 역대급이다. 영화계는 그야말로 '셧다운' 상황을 맞았다. 1년 내내 힘들고 어려웠지만 12월은 감당의 수준을 넘어섰다. 일단 영화관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되고, 8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3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신작 개봉 계획도 물건너 갔다.
확진→접촉→자가격리 '연쇄 피해'
한 명의 확진자 혹은 밀접 접촉자에 따라 연쇄 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어느 때보다 긴장 상태다. 그 사이 영화계에서도 확진자는 나왔다. 올해 충무로영화제에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민규동 감독은 2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 5일 검사를 받았고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1일 개막해 5일 폐막한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에 참여한 감독들과 배우, 스태프들 중 민규동 감독과 동선이 겹친 것으로 파악된 이들은 6일 오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그중 윤경호·안세하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엄정화는 6일 개최된 '2020 MAMA' 시상 참여를 긴급 취소하기도 했다.
충무로영화제 관련 뿐만 아니라 민규동 감독의 아내 홍지영 감독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홍지영 감독은 '새해전야'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실을 즉시 '새해전야' 측에 전달했다. 지난 1일 제작보고회를 개최하긴 했지만 시기가 빨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아티스트들과 일상을 함께 하는 스태프들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는 것. 앞서 정우성·이정재·박소담 소속사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렸고, 권상우, 류수영 등 소속사 직원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 등 각종 연말 행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뚝 떨어진 관객수…5월 이후 최저치
극장은 이미 개정휴업 상태다. 주말 관객수 10만 대가 또 무너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5일 전국 극장을 방문한 총 관객수는 6만8472명, 6일 6만433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말 관객수 10만 대 이하를 기록했던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첫 시행됐던 9월 초, 중순에도 주말 관객수 10만 대는 꾸준히 유지됐다. 현 극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케 한다. 12월은 극장 최대 성수기 중 한 시즌으로 꼽히는 만큼 연말 카드를 버리게 된 영화계의 시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외 대작 개봉 포기→일정 취소
신작들은 피해를 직격타로 맞았다. 7일 한국 SF 영화 '서복(이용주 감독)'과 디즈니·픽사 '소울' 등 12월 개봉을 준비 중이었던 국내외 대작들은 일제히 일정 변경 소식을 전했다.
이용주 감독의 8년만 복귀작이자, 공유·박보검 주연 영화로 올해 영화계를 마무리하는 최대 기대작이었던 '서복'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은 7일 오전 내부 논의 끝 결국 개봉 연기를 최종 결정, 올해 공개를 포기했다. 12월 초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그리고 2021년으로 세번째 자리를 옮기게 됐다. '서복'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2월로 예정돼 있던 개봉 일정을 잠정적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감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확산 및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깊은 고심 끝에 개봉을 연기한다"고 알려 아쉬움을 자아냈다.
외화도 움직인다. 17일 개봉을 예정한 '걸' 측은 8일 공식 시사회를, 23일 개봉하는 '소울' 측은 9일 시사회를 취소했다. 현 시기 오프라인 행사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초 시사회 다음 날인 10일로 내정돼 있었던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화상 인터뷰도 취소됐다. 디즈니의 제약 아래 영화 관람 후 인터뷰가 원칙이었던 관계로 '소울' 국내 홍보사 측은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게 된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개봉 변동이 없는 국내외 겨울 영화는 10일 개봉하는 '조제(김종관 감독)', 23일 '원더 우먼 1984', 25일 '소울' 그리고 12월 내 개봉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새해전야(홍지영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최국희 감독)'등이다. 관객과의 만남이 온전히 이뤄질 수 있을지, 씁쓸함이 감도는 겨울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