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선두를 다투고 있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이번에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두고 '차별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은행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영업점 수를 줄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영업점의 변화에 힘을 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은행 점포 수는 4564개로, 지난해 12월 말 4661개에 비해 97개가 줄었다. 2018년 12월 말엔 4699개로 1년간 38개의 점포가 줄어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의 점포 폐쇄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해마다 점포 수를 줄이고 최근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은행권에서는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서 나아가 영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시중은행 선두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오프라인 점포의 혁신'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영업점인 ‘디지털셀프점 플러스’ 운영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디지털셀프점 플러스는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것이 일반 영업점과는 다른 점이다. 이곳에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적용된 뉴 디지털 자동화기기(ATM)와 365일 고객 스스로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스마트 텔러 머신(STM)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배치됐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뉴 디지털ATM은 사용자의 이용 패턴 분석과 심리적 측면까지 연구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ATM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즉, 기존의 ATM을 고객 입장에서 더욱 이용이 쉽게 업그레드시킨 것이다. 또 STM은 ATM 업무와 창구 업무를 고객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무인화 기기로, 직원과의 대면 없이도 통장 조회와 송금, 출금 업무는 물론 신규 입출금 통장 개설이나 인터넷뱅킹 신규와 해지, 보안 매체 발급과 등록, 체크카드 발급, 바이오 정보 등록과 해지 등의 업무도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서울 교대역 인근에 첫 무인점포인 ‘디지털셀프점’을 열어 오프라인 영업점의 변화에 방아쇠를 당긴 바 있다. 영업점 창구에서 가능했던 업무를 신분증 스캔, 손바닥 정맥 바이오인증, 화상상담 등으로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여의도에는 IT 특화지점인 '인사이트 지점'을 내고 디지털 기술을 현장영업에 적용하는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IT 구성원을 창구에 배치해 업무 편의를 위한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을 즉시 파악해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이를 통해 고객들이 최소 동선으로 업무 처리할 수 있게 돕는 등 전반적인 지점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불을 놓듯 최근 신한은행은 기존의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크게 달라진 ‘디지택트브랜치’를 서소문 지점에 오픈했다. 이는 신한은행이 지난 9월 ‘디지털영업부’를 가동한 후 내놓은 결과물이다.
디지택트브랜치는 화상 상담 부스 내에 대형 스크린과 손바닥 정맥 인식 장치, 신분증‧인감 스캐너 등이 설치돼 있어 화상상담으로 대면 영업점과 같은 업무를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각종 상담 자료들을 보면서 실명 확인부터 업무 완결까지 은행 직원과 직접 대면하는 수준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약 2평 정도 공간만 있으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곳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고,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소속 영상상담 전문 직원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대신해 전국에 설치된 디지택트브랜치로 고객과 금융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향후 신한은행은 소형 점포나 무인화 점포 등 다양한 채널에서 디지택트브랜치를 확대해 내년에는 2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가능한 업무의 범위도 현재 예·적금 신규, 대출 상담에서 점차 넓힌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택트브랜치는 은행의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이 융합된 미래형 혁신 점포"라며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