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선두 흥국생명이 고비를 맞았다. 이재영·다영(24) 쌍둥이 자매가 빠진 경기에서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2)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흥국생명은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0-3(23-25, 26-28, 21-25)으로 졌다. 개막 10연승을 질주했던 흥국생명(10승2패·승점 29)은 5일 GS칼텍스전(2-3 패)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반면, 5위 도로공사(5승7패·승점 14)는 4연승으로 중위권 추격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주전선수가 3명이나 빠졌다. 루시아 프레스코(29·아르헨티나)는 지난 GS칼텍스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4주 이상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이날 도로공사전에는 이재영과 이다영까지 빠졌다. 이재영은 고열이 있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다영도 예방 차원으로 함께 빠졌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재영이 평소 편도선염을 자주 앓는다. 12일 체온을 쟀는데, 38.7도였다. (코로나19 가능성도 있어서) 검사받고, 경기장에도 오지 않았다. 이다영은 열이 없지만, 재영이와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르면 내일, 늦으면 사흘 뒤(15일) 결과가 나온다고 전달받았다. 이다영은 증상이 없어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기로 치면 차, 포, 마가 빠진 채 싸운 흥국생명은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흥국생명 강점은 서브와 블로킹이다. 그런데 이재영, 이다영, 루시아가 빠지면서 강점이 사라졌다. 김연경은 삼각편대 중 두 날개(이재영·루시아) 없이 외롭게 싸웠다. 여러 곳에서 전력 공백이 생기자 김연경도 힘이 부쳤다. 흥국생명 이한비가 1세트 5점을 올렸지만, 그 후로는 역부족이었다. 김연경을 빼고는 여자부 최고 수비력의 팀 도로공사를 뚫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리시브가 약한 흥국생명 김미연에게 서브를 집중하는 등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흥국생명 백업 세터 김다솔도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김연경의 장점인 후위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김연경은 직전 경기까지 70개(11경기)의 후위공격을 시도했고, 성공률 1위(47.14%)였다. 이날은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2세트 26-27에서 후위 공격을 시도했으나 아웃됐다. 또 다른 세터 박혜진이 3세트에 들어갔으나 전세가 이미 기운 뒤였다.
김연경은 켈시 페인과 배유나 등 높이가 좋은 도로공사 블로커를 상대하면서도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 책임졌다. 혼자 21점(공격 성공률 48.78%)을 기록했지만, 혼자서 이길 수는 없었다. 켈시(22점)와 박정아(14점)가 공격을 나눈 도로공사가 더 효율적이었다.
김연경이 가세한 흥국생명은 ‘1강’으로 꼽혔다. 국가대표급 선수가 모여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말까지 나왔다. 컵대회에선 준우승에 그쳤지만, 정규리그에선 개막 후 10연승으로 독주 체제를 굳혔다. 그러나 5일 GS칼텍스전에서 역전패했다.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주전이 대거 빠져 연패했다.
박미희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교체도 알아보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수 영입, 자가격리, 컨디션 조절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6주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이재영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타격은 배가 된다. 물론 리그 중단까지 갈 수도 있다. 흥국생명은 18일 3위 IBK기업은행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