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주니오가 지난 13일 비셀 고베전 연장 후반 페널티킥으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도훈호가 'AGAIN 2012'를 외쳤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는 13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비셀 고베(일본)와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후반 7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39분 비욘 존슨이 동점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 후반 '득점 기계' 주니오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울산은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지금 울산의 모습은 '철퇴 축구' 축구로 아시아를 평정했던 2012년의 울산과 닮았다. 당시 울산은 ACL 조별리그 F조에서 1위를 차지한 뒤 16강 가시와 레이솔(일본), 8강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4강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차례로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명문 알 아흘리를 3-0으로 완파하며 우승컵을 품었다. 울산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정상에 올라섰다.
지금의 울산 역시 운명처럼 F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울산은 16강 멜버른 빅토리(호주), 8강 베이징 궈안(중국), 4강 비셀 고베까지 연파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막강한 화력과 안정적인 수비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또 2012년처럼 울산은 무패 행진 중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뒤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게다가 8경기 모두 2골 이상을 넣었다. 이는 ACL 역대 최다 기록이다.
13일 비셀 고베전 승리 후 기뻐하는 김도훈 울산 감독과 스태프들. 한국프로축구연맹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김도훈 감독은 "힘들게 승리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승리로 이어져 결승까지 올랐다. 우리 선수들 수고했고, 고맙다"며 "다득점 승리를 이어가면서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아지고 있다. 게다가 즐겁게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더해졌다. 흐름이 좋다. 마지막 경기도 즐겁게,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에서 아픔을 겪었다. K리그1(1부리그)에서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내줬고, FA컵에서도 결승에서 전북에 무너졌다. 이런 시련이 ACL에서 울산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국내 대회에서 결과가 아쉬웠기 때문에 카타르에 처음 왔을 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격리 생활까지 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선수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며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잘해내고 있다. 사흘에 한 번씩 경기하면서도 즐겁게 했다. 누가 나가더라도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 덕에 결승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 경기 남았다. 결승 상대는 이란의 명가 페르세폴리스다. 두 팀은 오는 19일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울산이 최상의 흐름과 감각을 유지한 반면, 페르세폴리스는 지난 10월 4일 ACL 4강을 치른 뒤 두 달이 넘도록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울산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도훈 감독은 "결승전은 내가 우리 선수들과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이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