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17일 오후 7시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맞대결을 갖는다. 두 팀 모두 최근 사정이 좋지 않다. 연패에 빠져 있다.
삼성화재 상황은 최악이다. 삼성화재는 17일 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 패하면 창단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지난달 14일 현대캐피탈전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한 달 넘도록 승리 없이 7연패 중이다. 현재는 2019~20시즌 당했던 구단 최다 7연패와 타이기록이다.
삼성화재는 명실상부 V리그 최다 우승팀이다. 지금까지 프로 출범 후 15시즌을 치르는 동안 총 8차례(준우승 3회)나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최근 몇 년간 '명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부진하다. 고희진 신임 감독 체제로 출발한 이번 시즌 고작 2승(14패)에 그치고 있다. 승점 12점으로 6위에 랭크됐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화재는 그동안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고, 이는 우승의 밑거름이었다. 올 시즌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외국인 선수 바토즈 크라이첵(등록명 바르텍)의 활약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기복도 심한 편이다. 고희진 감독은 "어쨌든 내가 뽑았으니까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까지 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황경민 역시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팀 전체적으로도 수비와 디그는 최하위, 범실(경기당 평균 1위)은 가장 많다. V리그 최다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연패 탈출이 시급하다.
말리 출신 '19세 소년' 노우모리 케이타를 앞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킨 KB손해보험도 최근 주춤하고 있다. 최근 2연패를 포함, 이달 치른 4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쳤다. KB손해보험은 1위 탈환까지 넘보고 있다. 15일 현재 10승 5패 승점 29점으로 3위에 올라 있다. 여전히 대한항공-OK금융그룹과 선두권을 형성하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연패 탈출의 절박함을 '몸'으로 표현했다. 이상렬 감독과 몇몇 선수들이 차가운 계곡물에 입수했다. 이상렬 감독은 최근 연패에 빠진 뒤 기자회견에서 "얼음물에 입수하는 모습을 선수들에게 보여주면 동기부여가 될까"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가 화제였다.
그러자 이상렬 감독은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3일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진동계곡의 아침가리골을 찾아 반바지 차림으로 얼음물에 몸을 담갔다. 다음날(14일) 황택의와 김재휘, 김지승, 김도훈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삼막사 인근 계곡을 찾아 "사랑한다. KB손해보험 파이팅"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얼음물에 입수했다. 이상렬이 계곡물 입수 장면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광경은 1980~90년대 흔한 동계훈련의 일부였다. 최근에는 이런 '극기훈련'이 사라졌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얼음물에 뛰어들어서라도 연패 탈출 및 우승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리시브 효율을 높이고, 범실을 줄이는 것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