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는 김하성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이 지난 2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시작됐다. 김하성은 내년 1월 1일 오후 5시까지 포스팅에 응한 MLB 구단들과 30일 동안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전망은 꽤 밝다. 같은 방법으로 MLB 무대에 노크한 NC 나성범(31),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도전장을 내민 KIA 양현종(32)보다 현지 언론에 언급되는 횟수가 많다. 김하성은 텍사스·보스턴을 비롯해 내야 보강이 필요한 구단과 꾸준히 연결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토론토다. 지난 17일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토론토가 김하성과 연락을 취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선수'라며 '김하성은 최근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과 저녁을 먹었다'고 밝혔다. 헤이먼은 존 모로시, 켄 로젠탈과 더불어 공신력을 인정받는 MLB 전문가다. 헤이먼이 공개적으로 김하성을 향한 토론토의 관심을 언급해 "김하성이 류현진과 한 팀에서 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가능성이 있다. 토론토가 이적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선수들의 이적 뉴스가 나올 때마다 토론토가 거론된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토론토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ALWC)에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겨울 FA 투수 류현진을 4년 총액 8000만 달러(880억원)에 영입한 덕분에 4년 만의 가을 무대를 경험했다.
토론토는 2년 연속 과감하게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내야수 DJ 르메이휴(32·전 뉴욕 양키스), 투수 트레버 바우어(29·전 신시내티), 포수 J.T. 리얼무토(29·전 필라델피아) 등 거물급 FA와 링크되고 있다. 토론토는 올 시즌 후 3루수 트래비스 쇼(30)가 FA로 풀린 바람에 내야 보강이 필요하다. 김하성이 영입 레이더에 들어갈 여지가 충분하다.
난관이 없는 건 아니다. 토론토에는 김하성의 주포지션인 유격수에 보 비셋(22)이 버티고 있다. 비셋은 MLB 두 번째 시즌인 올해 타율 0.301, 5홈런, 23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 팀 내 최고 수준의 유망주다.
토론토 2루수인 캐반 비지오(25)도 기대를 많이 받는 자원이다. 쇼가 빠진 3루수 자리마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1)가 호시탐탐 노린다. 2019년 3루수로 뛴 게레로 주니어는 올해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오프시즌 내내 체중을 감량하며 3루수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하성이 뛸 자리가 없다.
송재우 위원은 "비지오를 외야수로 돌려쓰는 방법이 있지만, 그의 기본 포지션이 2루"라며 "토론토가 움직이려면 기존 선수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선수(김하성)를 영입한 뒤 포지션을 이동하려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도 변수다. 현재 MLB 이적 시장에선 프란시스코 린도어(27·클리블랜드)와 카를로스 코레아(26·휴스턴)가 이적 매물로 거론된다. 두 선수 모두 MLB 정상급 유격수다. 린도어는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를 각각 2회 수상했다. 코레아는 2017년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권 팀들이 노릴 만한 'S급' 자원이다.
송재우 위원은 "김하성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이미 MLB에서 검증된 선수들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며 "토론토 입장에서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으니까 한 번 과감하게 투자하자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토가 확실한 전력 업그레이드를 노린다면, 김하성이 아닌 린도어나 코레아를 트레이드해오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 어떤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