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올해 경매시장에서도 뜨거웠다. 사람과 돈이 일제히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 몰린 탓이다. 투자자 10명 중 6명꼴로 주거시설에 응찰에 나서며 치열한 눈치작전도 벌어졌다. 주거시설의 감정가 대비 매각가율(낙찰가율)은 지난해 79.8%에서 올해 83%로 높아질 전망이다. 주거시설 경매시장을 달군 아파트 투자 열기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21일 법원경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주거시설 응찰자 수는 12만50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입찰자(19만5000명)의 64.1%를 차지한다. 부동산 경매 투자자 10명 중 6명은 주거시설에 몰렸다는 얘기다. 주거시설 낙찰가율도 83%로 지난해보다 3.2%포인트 올랐다.
주거시설 낙찰가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파트다. 지지옥션이 전망하는 올해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5.2%다. 지난해(85.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반면 다세대(0.6%포인트)를 비롯해 단독ㆍ다가구(0.4%포인트) 주택은 소폭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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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김포 아파트 낙찰가율, 역대 최고치
경매 시장에서의 아파트 선호 현상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장 달아오른 곳은 경기도 김포와 파주시 아파트다. 김포시 아파트 낙찰가율은 올해 9월 처음으로 100%를 넘더니 11월에는 131.2%까지 치솟았다.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1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달 파주 아파트의 낙찰가율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를 넘어 108.1%를 기록했다. 결국 김포는 지난달에, 파주는 지난 17일 조정대상 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며 경매에 나오는 서울 아파트 매물이 귀해졌다”며 “경매 자금은 올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대신 규제가 덜해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지방 곳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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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아파트에 119명 입찰
올해 주거시설 경매에서 입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매물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아파트다. 올해 1월 전용면적 85㎡ 아파트 경매에 119명이 참여했다. 해당 아파트는 치열한 경합 끝에 감정가(3억2500만원)의 118%인 3억8375만원에 팔렸다. 뒤를 이어 인천시 연수동 연수주공3차(92명), 인천시 구월동 롯데캐슬골드(88명), 김포시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1단지(81명)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올해 낙찰가율 1위 주거시설은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주택이다. 건물 면적 29.5㎡에 작고 다 쓰러져가는 폐가였다. 하지만 지난 6월 경매에 나오자 13대 1의 경쟁 끝에 1억6200만원에 매각됐다. 감정가(260만원)의 6214%에 낙찰됐다. 오 연구원은 “해당 집은 그린벨트 안에 있어 철거할 때 다른 지역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이축권’을 노린 투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기준으로는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아이빌 주상복합아파트(전용면적 53.9㎡)가 올해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4월 경매에서 응찰자 45명 중 최고가인 2억5111만원을 써낸 사람이 새 주인이 됐다. 유찰 한 번 없이 감정가(9400만원)의 267%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