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상한 대로다. 여자프로농구(WKBL) 양강으로 자리매김한 두 팀이 올 시즌에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왕위 쟁탈전'을 치르고 있다. 선두를 놓고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청주 KB 스타즈와 아산 우리은행 얘기다.
통합 6연패의 역사를 쓰며 '우리 왕조'를 세웠던 우리은행, 그리고 그들의 대항마로 나서 2018~19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왕조 건설을 노렸던 KB가 올 시즌도 정상의 자리를 놓고 전쟁 중이다. 이미 세 차례 맞대결을 끝낸 현재 스코어는 2승1패로 우리은행의 근소한 우위. 그러나 우리은행만 만나면 작아졌던 KB가 세 번째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이들의 대결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현재 1위를 달리는 팀은 KB다. KB는 11승3패로 우리은행(11승4패)에 반 경기 차 앞선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다. 3위 용인 삼성생명(8승7패)과는 3.5경기 차.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속단할 수 없으나, 예년처럼 KB와 우리은행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두 팀은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2017~18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서로를 끈질기게 괴롭히며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 선발을 일시적으로 중단, 국내 선수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런 변수에도 양강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지수를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 선수가 부러울 일 없는 KB는 물론, 우리은행도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에이스' 박혜진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3위권 이하 다른 팀들의 추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두 팀 중 누가 2020~21시즌 왕위에 오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전력 면에서 WKBL 첫 손에 꼽히는 KB는 이변이 없는 한 선두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가능성이 크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박지수를 활용한 다양한 공격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 번째 맞대결에서 우리은행을 잡아냈을 정도로 활동량과 집중력도 뛰어나다.
우리은행은 주전 의존도가 높다는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수년간 정상을 지켜온 팀답게 위기 대처 능력을 기대할 만하다. 우려되는 부분은 21일 인천 신한은행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김정은과 코뼈 부상이 재발한 박지현의 몸 상태. 에이스 박혜진이 부상에서 복귀한 만큼 위기를 잘 넘긴다면 우승 레이스를 이어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강'들의 왕위 쟁탈전 아래로는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3위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3위 삼성생명과 4위 신한은행(7승8패)의 승차도 1경기에 불과해 남은 시즌 동안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5위 부천 하나원큐(4승10패), 극도의 부진 속에 9연패 수렁에 빠진 부산 BNK썸(3승12패)도 후반기 반전을 위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