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JTBC 금토극 '허쉬'가 공정한 기회, 공정한 대가, 세상 모든 미숙이들을 위한 황정민의 각성과 진심을 담아내며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눈과 귀를 닫고 살았던 지난 6년의 세월을 정리하고 정의로운 기자로의 변환점을 맞았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허쉬'는 펜대보다 큐대 잡는 날이 많은 고인물 기자 황정민(한준혁)과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 임윤아(이지수)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기자로서 사명감보다는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참고 또 참는 모습이었다. 생존과 양심 그 딜레마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흔들리는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다이내믹하게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경수진 하지만 인턴기자 경수진(오수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황정민의 삶이 달라졌다. 막중한 죄책감을 느꼈던 그는 그녀와 관련된 기사로 조회수를 높이며 장사를 하는 회사에 환멸을 느꼈다. 언론사지만 언론사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모습에 격분, 변화를 다짐했다. '기레기'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주인이 하라는 대로 하니 마음은 편했지만 이젠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낀 것.
기자로서 사명감을 떠올리며 처음 입사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저 경수진의 죽음에 애통해 각성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완숙이, 반숙이 되지 못한 미숙이들을 위함이었다. 노력을 쏟아도 노력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이들을 위한 기회의 의미였다. 혼자가 아니었다. 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뭐라도 하자"는 선배 유선(양윤경)·김원해(정세준)·이승준(김기하)이 그의 곁에 있었다. 이들이 뭉친 탐사보도의 시작을 알리며 '허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게 담아낼 준비를 마쳤다.
진실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는 세상에 대한 반어법적인 표현이자 팍팍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울지 마라'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어렵게 살아가는 중년 가장을 달래주는 중의적인 의미를 모두 포함한 '허쉬'. "뭘 바꾸자는 게 아니라 우리라도 지키자"고 외치는 황정민이 '허쉬'가 적힌 명함을 꺼내 들고 "쉿"이라고 외치는 4회 엔딩은 그래서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약자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을 예고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인턴기자 임윤아와의 시너지 역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허쉬'는 첫 방송 전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일명 '기레기'들을 정당화하는 이야기처럼 비치는 것 같아 그 부분이 좀 불편한 지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인턴기자가 죽고 각성해가는 황정민의 변화 지점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