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대만에서 뛰게 된 제이크 브리검(왼쪽)과 드류 가뇽의 모습. 두 선수 모두 CPBL 웨이치엔 구단과 계약했다. IS 포토 대만 프로야구리그(CPBL)가 달라졌다. KBO리그 외국인 스카우트의 레이더가 CPBL로 향하고 있다.
올겨울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CPBL 구단의 '광폭 행보'다. 예년보다 적극적인 선수 영입으로 KBO리그 외국인 스카우트의 이목을 끌었다. 현장에선 "대체 선수를 CPBL에서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CPBL의 외국인 선수의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됐다는 평가다.
KBO리그에 몸담았던 선수들이 대거 몰렸다. 투수 제이크 브리검과 드류 가뇽이 최근 CPBL 신생팀 웨이치엔 드래곤스와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키움, KIA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뒤 대만으로 눈을 돌렸다. 2021년부터 1부 리그에 진입하는 웨이치엔 구단이 브리검과 가뇽을 동시에 영입해 선발진을 보강했다.
이밖에 헥터 노에시(전 KIA)와 펠릭스 듀브론트(전 롯데)도 내년부터 CPBL에서 활약한다. 헥터는 2017년 시즌 20승을 포함해 3년 동안 KIA에서 46승을 따낸 투수다. 기존의 브록 다익손(전 롯데), 헨리 소사(전 SK), 마이크 로리(전 KT)를 더하면 CPBL 소속 KBO리그 경력자가 무려 7명. 푸방 가디언스에서만 3명(헥터·소사·로리)이 한솥밥을 먹는다.
CPBL로 눈길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마이너리그는 올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아예 열리지 못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자칫 대체 외국인 선수 시장이 꽉 막힐 수 있다.
이럴 경우 CPBL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KBO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CPBL 경기를 꾸준히 뛰었다면 실전 감각에도 큰 문제가 없다. 비교적 낮은 연봉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국내 A 구단 단장은 "브리검과 가뇽은 최근까지 KBO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성적도 나쁘지 않아 시즌 중 대체 선수로 데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CPBL에 새롭게 둥지를 튼 오넬키 가르시아. 가르시아는 KBO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았지만 대만행을 선택했다. 쿠바 출신 오넬키 가르시아도 체크 대상이다. 왼손 투수인 가르시아는 2018년 일본 프로야구(NPB) 주니치에서 13승을 따낸 이력이 있다. 190㎝의 장신으로 최고 시속 155㎞까지 나오는 강속구가 트레이드마크. 올겨울 KBO리그 B 구단의 관심을 받았지만,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가르시아는 최종 행선지로 CPBL 중신 브라더스 구단을 선택했다. 현지 언론에선 가르시아가 연봉 50만 달러(5억4000만원)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CPBL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다.
CPBL은 KBO리그 외국인 스카우트가 한동안 주목하지 않은 리그였다. 미국과 일본에서 선수를 찾은 다음, 자원이 부족할 때 고려하는 차선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겨울 한화(라이언 카펜터)와 두산(아리엘 미란다)이 CPBL에서 외국인 투수를 데려왔다. 내년 시즌 CPBL을 향한 KBO리그 구단의 러브콜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C 외국인 스카우트는 "CPBL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리그다. 첫해 연봉을 적게 받더라도 잘하면 더 많은 걸 보장해준다"며 "미국은 현재 불확실성이 크다. 변수가 많은 마이너리그에 있는 것보다 CPBL로 가는 게 선수 입장에선 괜찮다. 가르시아도 가지 않았나. 그만큼 체크해야 하는 선수가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