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키움 히어로즈 허민 의장에게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한 KBO 결정에 존중의 뜻을 전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선수협은 29일 의견문을 내고 "KBO 상벌위원회의 허민 의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이 향후 선수 권익을 침해하는 구단의 갑질 행태를 근절하고, 프로야구팬을 기만하는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또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허민 의장의 태도는 리그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며 리그 퇴출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 또 직접적인 피해자인 키움 선수들에게 아직 사과 한마디 없는 허 의장과 재발 방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는 키움 구단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허민 의장은 지난해 6월 2군 선수들을 타석에 세우고 투구 연습을 하다 발각돼 야구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은 지난달 KBO에 징계 요구서를 제출해 "당시 구단이 허민 의장의 투구 영상 촬영자를 찾아내기 위해 CCTV로 팬을 사찰했고, 그 팬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고발했다.
이 내용을 심의한 KBO 상벌위원회는 일단 키움 구단과 김치현 단장에게 엄중 경고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또 정운찬 KBO 총재는 야구 규약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허민 의장의 직무정지 2개월 징계를 추가로 부과했다.
그러자 키움 구단은 29일 "팬 사찰 여부와 법률 위반 여부, 이사회 의장의 투구 등 행위와 관련한 KBO 징계에 대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KBO 결정에 불복하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일구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키움, 혹은 허민 의장이 실제로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면 일구회와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이 KBO와 함께할 것이다. 소송전은 곧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선수협 역시 이런 반발에 뜻을 같이했다. "허민 의장이 KBO 징계를 수용하고 프로야구 선수와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KBO리그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자 막중한 책임임을 말씀드린다. 허민 의장은 리그 가치를 더는 훼손하지 말고 선수, 팬 그리고 KBO를 존중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선수협은 끝으로 "앞으로도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더불어 프로야구의 근간인 팬을 위한 협회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다. 선수와 팬이 구단으로부터 존중받는 KBO리그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