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문을 연 지 40일이 넘었지만 롯데와 이대호(39)의 협상 소식이 뜸하다. 롯데 구단은 여전히 협상 과정을 비밀에 부치고 있고,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선수협)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대호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 관건은 계약 기간과 총액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 이 부분에서 접점을 찾으려 한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의 마지막 FA 계약은 다소 늦게 이뤄지는 측면은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박용택과 김태균의 계약은 각각 2019년과 2020년 1월 말에야 최종 발표됐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계약은 '정해진 결론'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
2001년 롯데 입단한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미국 무대에서 뛴 기간을 제외하면, 롯데 유니폼만 15년을 입었다. 다만 박용택과 김태균이 각각 2년, 1년의 FA 계약을 제안한 것과 달리 이대호는 더 긴 계약 기간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FA 계약에선 롯데가 칼자루를 쥔 듯한 모양새다. 급할 게 전혀 없다. 이대호(B등급)의 보상금만 최소 25억원(전년 연봉의 100%+선수 1명), 많게는 50억원(전년 연봉의 200%)에 이른다. 타 구단에서 이대호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의미다. 선수(이대호)가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작다면, 구단이 협상 주도권을 쥔다. 한 에이전트는 "FA는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영입 경쟁이 벌어지지 않으면, 아무래도 선수 몸값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선수에겐 대안이 없다"라고 했다.
롯데는 4년 전 이대호가 복귀했을 때 총 150억원의 거액을 안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한번 큰 선물을 안길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FA를 영입한 결과, 롯데는 팀 연봉 1위가 됐다. 그러나 투자와 성적이 비례하지 않았다. 또한 모 기업의 소비재 분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산 속에 사정이 좋지 않다. KBO 각 구단은 모기업의 재정 지원 속에 운영되는 만큼, 선수단 운영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이대호는 여전히 팀의 중심 타자를 맡고 있지만, 어느덧 우리 나이로 40대에 접어들었다. 예전에 보여줬던 기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구단으로선 계약 기간과 총액을 줄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올겨울 이대호는 사면초가다. 경기와 별개인 외적 요소이나, 선수협 회장을 맡으면서 판공비 셀프 인상과 현금 수령 등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그는 연봉 25억원으로 4년째 리그 1위를 지킨 선수다.
한 가지 고려되는 점은 상징성이다. 이대호는 '구도' 부산과 롯데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다. 롯데에서 통산 타율 0.309, 332홈런, 1243타점을 기록했다. 구단으로선 이대호와의 FA 계약과 관련해 여론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 역사상 대단한 선수임에 틀림없다"며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협상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