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발목 잡힌 도쿄올림픽 탓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개최 구상 전반이 흔들린다. 도쿄올림픽 7월 개최와 관련해, ‘개최 강행’과 ‘대회 취소’라는 기존 선택지 외에 ‘순차 연기’라는 새 카드가 등장했다.
주최국 일본은 무관중이라도 대회가 열리기를 바란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유치한 뒤, 인프라 구축과 조직위원회 운영 등에 16조5000억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수입이 필요한 IOC도 내심 취소만큼은 피하고 싶다. IOC는 3월 초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릴 총회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일본 정부와 IOC의 바람과 달리 일본 상황은 악화일로라는 점이다. 긴급사태 선포 이후에도 매일 5000여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진다. 개최에 대한 여론도 회의적이다. 일본 교도통신이 9~10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5.3%가 ‘올림픽 취소’를, 44.8%가 ‘재연기’를 희망했다. 부정적 응답이 80.1%다. 지난달 NHK 여론 조사(부정적 응답 63%)와 비교해 20% 가까이 늘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17일 고노 다로 일본행정개혁담당상은 “IOC가 (올림픽 개최 여부를) 결정하면, 일본 정부도 개최든 취소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올 초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과 대조적이다.
개최와 취소 모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보니 ‘순차 연기’가 제3의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도쿄스포츠는 18일 “조직위가 도쿄올림픽을 2024년으로 3년 더 미루는 방안을 극비리에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 개최지(파리)와 2028년 개최지(LA)는 예정보다 4년씩 늦춘 2028년과 2032년에 대회를 개최한다. 도쿄스포츠는 “코로나19로 파리와 LA도 올림픽 준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개최 시기 연기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도쿄 조직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순차 연기 구상이 공론화될 경우, 남북한(서울·평양) 공동개최를 목표로 한국이 추진 중인 2032년 올림픽 유치가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2032년 대회 유치를 놓고 남북한 외에도 호주(퀸즐랜드), 인도(뭄바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카타르(도하), 독일(라인-루르) 등이 관심을 보인다. 만에 하나 순차 연기가 성사된다면 유치를 위한 밑그림은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순차 연기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내부 아이디어 단계로 봐야 할 것 같다. IOC와 파리, LA 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