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단말기 유통 체계를 개선해 고객 비용 부담을 낮춘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오프라인 유통점은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리진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약정·결합 조건 및 요금제 부가혜택을 없애는 대신 기존 대비 약 30% 저렴한 5G 요금제 3종과 LTE 요금제 3종으로 구성한 '언택트 플랜'을 내놨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 요금제의 유통·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고객은 선택약정 25% 요금 할인과 이통사 단말기 지원금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처럼 가입자 유치를 목적으로 이동통신사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이상, 공시지원금보다 요금 할인이 이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SK텔레콤이 출시한 온라인 요금제는 선택약정보다 할인율이 높다. 장기간 계약에 묶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가입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5GX스탠다드'는 월 200GB의 5G 데이터를 제공하며, 소진 후에는 5Mbps 속도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매달 7만5000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2년 약정 할인 25%를 적용하면 요금이 5만6245원으로 낮아진다. 선택약정 대신 동일한 용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온라인 전용 '5G언택트52'에 가입하면 월 5만2000원만 내면 된다. 자급제 고객이 굳이 약정을 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구나 소비자가 오프라인 유통점을 찾을 이유도 없다.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저렴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점으로서는 손님을 빼앗기는 셈이다.
일선 유통점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자급제 고객은 위약금 리스크를 덜기 위해 온라인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일선 유통망에서는 2년 약정을 걸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목상권은 죽어가는데 이통사는 언택트를 이유로 직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유통점에서 발생하는 번호이동은 하루 약 7000건에 불과하다. 이는 2014년 보조금 과열을 막기 위해 진행된 이동통신 3사 장기 영업정지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이익을 보전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이 온라인 상품 가입 후 단말기 현장 수령이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인근 대리점에 오프라인 판매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유통망 협회와 체결한 상생협약도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협약에는 매장 운영비 지원, 온라인 판매 비중 조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