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우승에 만족해선 안 됩니다. 선두주자가 돼야 합니다. 전북 현대가 시도하면, 다른 클럽이 따라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 경험과 노하우를 최대한 공유해 전북과 K리그 발전을 돕겠습니다.”
박지성(40) 전북 구단총괄보좌역(이하 어드바이저)이 제시한 목표는 명확했다. 차분하고 단호한 눈빛과 표정, 말투로 “전북이 아시아 클럽 축구 간판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박 어드바이저는 21일 경기 고양시 현대자동차 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꾸준히 행정 관련 공부를 했다. 비로소 K리그에서 내 경험을 활용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 전북과 함께할 많은 일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 19일 박지성을 어드바이저로 위촉하며 “선수 선발과 육성, 스카우트, 훈련 시스템과 프로그램 등 팀 운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 유럽 명문 클럽을 두루 거친 그를 영입해 ‘유럽 축구의 DNA’를 이식받겠다는 복안이었다. K리그를 넘어 세계적인 축구클럽으로 도약하려는 전북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박 어드바이저는 ‘선진 유스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유소년 부문은 구단의 미래 가치와 이어진다. 맨유와 에인트호번 등 유럽 클럽이 유스팀 운영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K리그에서 가장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 만든 옛 동료와 K리그 무대에서 재회하는 데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영표(44) 해설위원이 강원FC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홍명보(51)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았다. 김남일(44) 성남FC 감독과 설기현(41) 경남FC 감독은 K리그 사령탑 2년 차다.
박 어드바이저는 “2002년 월드컵이라는 아주 특별한 시기를 함께 한 선수들이 각기 다른 영역에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각자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맞대결’이라는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이미지가 그런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이 전혀 없다. K리그로 돌아온 (기)성용(32·FC서울)이와(이)청용(33·울산)이도 흥행의 불씨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는 “전북은 유럽 수준의 클럽하우스를 갖췄고, K리그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행정력을 겸비했다. 박 어드바이저를 영입한 건 구단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위한 제2의 출발을 선포한 것과 같다. 향후 구단 발전에 도움 될 인물이 포착되면 언제든 추가 영입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