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카카오뱅크 저금통'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며 출시 2주 만에 누적 계좌 개설 수가 100만좌를 돌파했다.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았던 것이 '저금통 계좌'에 잔돈을 모으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과거에나 지금이나 '잔돈 금융'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은 여전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잔돈 금융'은 2010년대 미국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처음 시작했다. 2012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에이콘스'가 잔돈 금융 선구자로 꼽히는데, 이 기업의 슬로건이 "잔돈을 투자하세요"였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에 연동된 카드로 소비자가 결제하면 1달러 미만의 잔돈을 자동으로 모으고, 이를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해 주는 식이었다. 29.45달러짜리 물건을 구매하면 30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기록되고, 차액인 55센트를 자동 저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돈이 5달러, 10달러 등 투자자가 설정한 금액 이상이 되면 금융 상품에 투자하게 된다.
이 서비스는 작년 말 기준 고객 수가 350만명에 이르고, 고객의 75%가 35세 이하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잔돈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투자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재테크'의 'ㅈ'도 모르는 일명 '재린이(재테크+어린이를 합친 말)'도 할 수 있도록 쉽고,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투자해주기도 하니 접근성도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간편결제 이용하면 적립·투자까지
30세 A씨는 간편결제 수단으로 '카카오페이'를 사용한다. 카카오페이는 결제할 때마다 '카카오페이포인트'를 주는데, 이 포인트가 모이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니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A씨는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만들어 '알 모으기' 서비스와 '동전 모으기' 서비스도 신청했다.
예컨데, A씨가 카카오페이로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을 구입했을 때 결제 리워드인 카카오페이포인트가 26원(랜덤)이 입금됐다. 또 카카오페이 계좌의 잔금 9만6930원 중 100원 단위 잔돈 930원이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됐다.
즉, 카카오페이증권에서 A씨가 설정해 놓은 투자 방향에 따라 카카오페이 결제를 통해 모인 포인트와 남은 잔돈을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현재 안정적인 펀드만 골라 5개를 제안하고 있다.
‘미래에셋 합리적인 AI글로벌모멘텀 펀드’, ‘삼성 믿음직한 사계절EMP 펀드’, ‘키움 똑똑한 4차산업혁명ETF분할매수 펀드’, '한화 쏠쏠한 대한민국 펀드', '미래에셋 영리한 글로벌 펀드' 등이다. 각 펀드에 따라 현재 수익률이 보여지며, 포트폴리오와 규모 등과 함께 어떤 펀드인지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설명해줘 이해도 돕고 있다.
이처럼 어렵지 않은 투자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증권 펀드 가입자 수는 지난 연말 1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서 투자까지 할 수 있는 동전 모으기∙알 모으기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한 달에 800만건의 펀드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동전 모으기∙알 모으기, 주간·월간 자동투자 등 카카오페이증권의 다양한 적립식 투자 서비스를 신청한 사용자도 170만명(중복포함)에 달한다.
투자에 대한 관심에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연말 정식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누적 개설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인기는 젊은 남성층에서만 높은 게 아니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사용자 연령대는 20대 29%, 30대 29%로 높기는 했지만, 40대 24%, 50대 12%에 남녀 성별 비율도 5대 5 수준으로 비교적 고른 관심을 얻고 있다.
투자 전용 '신용카드'도 나와
신한카드에서 '재린이'를 위한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신한카드와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가 협업해 출시한 '더모아 카드'는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투자 특화 신용카드다. 이 카드는 재테크에 익숙지 않은 고객도 소비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투자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카드 포인트 적립 상품이 이용금액에 대해 정률로 포인트를 적립해준다면, 더모아 카드는 소액결제를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2030 고객을 위해 결제 건당 1000원 미만 자투리 금액을 적립해 주는 '짠테크' 적립 구조를 적용했다.
이렇게 적립되는 포인트를 매월 신한은행 달러 예금이나 신한금융투자 해외투자 가능 계좌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 가맹점에서 결제 금액의 1000원 미만 금액이나 1만원 미만의 금액이 투자포인트로 적립되도록 선택할 수 있다.
7560원을 결제할 경우 560원이 적립돼 투자되는 식이다. 이는 전월 카드 이용실적이 30만원 이상, 건당 결제금액 5000원 이상일 경우 제공된다. 월 적립 한도 및 횟수 제한은 없으나, 동일한 가맹점의 경우 1일 1회에 한해 포인트가 적립된다.
또 2030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특별적립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1000원 미만 금액이 2배 적립된다. 특별적립 가맹점은 배달앱, 디지털 콘텐트, 이동통신 요금, 백화점, 해외 가맹점 등이다.
비슷하게 지난해 신한카드는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해외주식 소액투자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해외주식 소액투자 서비스는 카드를 쓸 때마다 생기는 자투리 금액 또는 고객이 지정한 일정 금액을 카드 사용과 연계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다.
해외주식 소액투자 서비스는 ‘자투리 투자 방식’과 ‘정액 투자 방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자투리 투자 방식은 카드 사용 후 남은 자투리 금액이 자동으로 투자되는 방식으로, 결제액의 1000원 미만 금액의 자투리를 투자하는 방식과 1만원 미만 금액의 자투리를 투자하는 방식이 제공된다.
커피 두 잔을 4800원에 결제했다면, 1000원 미만 자투리 투자 방식은 자투리 금액인 200원을 투자하게 되고 1만원 미만 금액 자투리 투자방식은 5200원의 자투리 금액을 투자하게 된다.
정액 투자 방식은 고객이 미리 설정한 금액을 결제 건당 인출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결제 건당 최소 100원부터 100원 단위로 최대 2만원까지 고객이 설정해 투자한다.
이 방식은 만약 고객이 투자 금액을 1000원으로 설정해놨다면 결제 금액과 상관없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000원이 해외 주식에 투자된다.
해외주식 소액투자 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정해진 방식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가 이뤄지며 투자 방식과 투자 종목 변경은 수시로 가능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해외주식 소액투자 서비스를 통해 카드 지출과 연동해 자동으로 투자하는 편리한 투자 습관으로 미래를 준비함과 동시에 돈 버는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