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33)씨가 투약한 마약은 텔레그램을 통해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중앙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황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A씨(29)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약 판매조직 총책인 B씨(26)를 통해 지난해 9월 마약을 건네받았다. B씨는 텔레그램 아이디가 ‘바티칸 킹덤’인 국내 유통 총책이다.
B씨는 지난해 5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41)씨에게 국내 마약 총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박씨는“마약류 판매를 광고할 수 있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줄 테니 마약류를 취급해 달라”고 말했다. B씨는 이를 승낙하고 그해 10월 27일 검거되기 전까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마약류를 팔아왔다. 경남경찰청은 최근 B씨를 포함한 마약판매 조직 96명을 붙잡고,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B씨는 A씨 등 일당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총 7억4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거래했다. 텔레그램 마약 대화방은 지난해 5월부터 운영했던 점을 고려하면 거래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면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마약을 거래해왔다. B씨는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3시 15분쯤 마약 공급책에 ‘서울 강남구 한 세탁소 1층에 마약을 숨겨놨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고 공범을 보냈다. 공범 한 명이 망을 보는 사이 다른 공범이 1억 8430만원 상당의 마약류를 수거했다. 공소장에는 B씨와 A씨가 지난해 9월 함께 만난 것으로 적시돼 있다. B씨가 지난해 9월 22일 오전 2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 편의점 앞에서 불상자에게 마약을 전달받을 때 A씨가 함께 동승한 것이다. 이때 건네받은 마약은 엑스터시 3000정과 케타민 2㎏ 등 시가 4억3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해 12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에 의식을 되찾은 것이 알려졌다. 경남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A씨의 건강 상태가 나빠 수사가 일시 중단된 상황”이라며 “A씨와 B씨가 어떻게 알게 됐고, A씨가 황하나 씨의 지인인지 아닌지 등은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에게 전달받은 마약을 황씨와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씨가 B씨를 직접 알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씨가 주변인과 대화가 담긴 녹취록에는 ‘바티칸’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황씨가 A·B씨를 지난해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황씨는 B씨와의 만남에 “아니오”라고 부인한 상태다.
B씨의 실체가 드러나면 국내 최대 마약 거래의 진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B씨가 해외 총책인 ‘마약왕 전세계’ 박씨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미뤄볼 때 박씨의 국내 송환이 시급하다.
박씨는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기로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필리핀에서 검거돼 재판을 받던 박씨는 2017년 3월과 2019년 10월 각각 탈옥에 성공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에 다시 붙잡혀 현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 법무부는 박씨 송환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