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숨기거나 고의로 시정하지 않아 생긴 소비자 피해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BMW 화재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및 하위법령 개정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오는 2월 5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은 지난 2018년 BMW 차량 화재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한 '자동차 리콜 대응 체계 혁신방안'의 후속 조치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늑장 리콜한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다.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거짓으로 공개하는 경우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늑장 리콜 시 과징금은 종전 ‘매출액의 1%’에서 ‘매출액의 3%’로 상향됐다.
또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고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신속한 리콜 유도를 위해 정부가 제작 결함 조사를 착수하기 전에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50%까지 감경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자료 제출 의무 등도 강화했다. 화재나 인명피해가 반복될 경우 제조사는 결함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을 경우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리콜해야 한다. 리콜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결함 조사 과정에서 자동차 제작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반복되는 등 공중안전에 위험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토부 장관이 경찰청장과 협의해 운행 제한조치를 내릴 수 있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포함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 시행으로 제조사 책임이 강화되고 소비자 권익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결함 은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법에 제조사가 결함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을 때라고 돼 있는데 이 부분을 두고 법적인 다툼을 벌일 소지가 많다"며 "실제로 고의로 은폐했는지, 당시에는 결함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는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소비자가 소송제기를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소송이 남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중복 규제'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는 국토부 등 관련 부처 규정으로 이미 도입돼 있다"며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기존 법·제도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