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9)는 스프링캠프 시작 사흘을 앞두고 극적으로 롯데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그리고 훈련지인 사직구장에서 1일 진행된 인터뷰, 이대호의 입에서 '우승'이라는 단어는 12차례 나왔다. 그만큼 간절한 열망을 드러냈다.
롯데는 1월 29일 이대호와 2년 총액 26억원의 FA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야구선수협(선수협) 회장 역임 당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며 협상 테이블이 늦게 차려졌다. 게다가 계약 기간 등 은퇴 시기 조율로 계약이 늦어졌다.
이번 계약에서 이목을 끄는 점은 '계약 기간 2년'과 '우승 옵션'이다. 그는 2년 뒤 은퇴를 예고했다. 앞서 '은퇴 예고'를 택한 이승엽과 박용택보다 1년 더 이른 시기에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전 경기(144경기) 출장에 성공했다. 타율 0.292, 20홈런, 110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기에 2년 뒤 은퇴 결정에 아쉬울 수도 있다.
그 역시 "선수로 더 오래 뛰면 좋다. 2+1년 계약을 하면 더 많은 기록도 쌓을 수 있겠지만, 점차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2년 안에 다 쏟아붓고 깔끔하게 물러나고 싶었다"라며 "(은퇴 시기를) 정해놓고 최선을 다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1982년생 황금 세대' 김태균과 정근우가 지난해 유니폼을 벗었다. 이대호는 "친구들이 하나둘 은퇴하자 나 역시 은퇴에 관해 생각했다. 그 시점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후회는 남겠지만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2년은 힘이 남아 있을 것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계약금 8억원, 연봉 8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우승 인센티브 매년 1억원을 포함했다. 롯데가 우승하면 받는 1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는 조건이다. 롯데는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경남고 출신의 이대호는 2001년 입단했고,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1999년이다.
이대호는 "내게 남은 유일한 꿈이 롯데의 우승이다.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수 때 우승하지 못하면 팬으로 돌아가 롯데의 우승을 바라야 한다. 그러니 2년 안에 꼭 하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이대호는 2014~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뛰며 우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중심타자로 팀 우승을 견인했다. 2015년에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소프트뱅크에서 샴페인 파티를 하는 등 행복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팀에서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 파티를 하면서 '롯데 멤버,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2019년 최하위에 그쳤던 롯데는 지난해 5강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말이 우승이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도 정규시즌 우승이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에 옵션을 내건 건 그만큼 우리 모두의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 한 가지라 생각해서다.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예전에는 무서운 선배였다. 이제 웬만하면 말수를 줄이려고 한다. 난 이제 나이가 제일 많을 뿐, 리더는 전준우·손아섭이 맡아야 한다"라며 "이제 후배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안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아빠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FA 계약이 늦어져 걱정한 팬들에게 "전국적으로 롯데 팬이 정말 많다. 제 마음은 항상 롯데에 있었다. 롯데의 우승이 내 염원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