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조소현(33)이 지난달 29일(한국시각)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 수퍼리그(WSL·1부) 웨스트햄 위민을 떠나 토트넘 위민 유니폼을 입었다. 임대 이적이다. 이적 3일째를 맞은 그를 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해 말 이적을 결심했다. 웨스트햄에서 주전으로 입지가 탄탄했지만, 더 강한 팀에서 도전하고 싶었다. 내가 더 나아가야 후배들에게도 많은 길이 열릴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WSL은 12개 팀이다. 토트넘은 리그 중상위권으로, 웨스트햄보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조소현은 2019년 1월 웨스트햄을 통해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다. 지소연(30·첼시 위민)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WSL 진출이다. 마침 인터뷰 당일 토트넘과 첼시가 2020~21시즌 정규리그 13라운드에서 맞붙었다.
지소연은 선발 출전했지만, 조소현이 결장했다. ‘코리안 더비’는 무산됐다. 조소현은 “경기 후 소연이가 ‘같이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 나도 뛰고 싶었지만, 이틀 훈련하고 바로 경기에 투입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생활 3년 차다. 영어도 문화도 익숙하다. 새 동료들이 ‘쪼’(조소현 애칭)라고 부르며 반겨줬다. 빨리 손발을 맞춰 데뷔전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조소현은 토트넘에서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의 레전드로, A매치(국가대표팀 경기) 통산 126경기(20골)에 출전했다. 최다 기록이다. 몸싸움 능력과 슈팅 실력, 강한 카리스마를 갖췄다. 2014년부터 여자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별명까지 ‘조캡’(조소현 캡틴)이다. 토트넘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를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커리어의 여자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웨스트햄에선 수비에 치중했다면 토트넘에선 ‘박스 투 박스형(공수 모두 가담)’ 미드필더다. 원래 공격 성향이 강한 플레이 스타일이라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에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29)도 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12골)다. 손흥민은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소현에게 “토트넘에 온 것을 환영하며 행운을 빈다”고 영어로 인사했다. 조소현은 “새 동료들이 손흥민 영상을 보고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사실 직접 만난 적은 없어 ‘모른다’고 했더니, ‘같은 팀이니 이제부터 알면 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나중에 손흥민을 만나면 ‘동생이 너무 잘해줘서 든든하고, 누나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인사하겠다. 그 전에 한국 남녀 대표팀 캡틴은 모두 실력이 좋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팀에 적응할 무렵에 조소현은 귀국길에 오른다. 19일 제주에서 한국과 중국의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 플레이오프(홈 앤드 어웨이) 1차전이 열린다. 한국 여자축구는 사상 첫 올림픽 본선행을 노린다. 그는 “새해 소망은 두 가지다. 토트넘에서 많은 골을 넣고, 중국에 2연승을 거둬 생애 첫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