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조상우(27)의 2020시즌 성적에는 미스터리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패스트볼 구속이다.
조상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19시즌 조상우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7㎞까지 찍혔다. 평균 구속이 153㎞/h로 웬만한 투수들의 최고 구속보다 더 빠르다.
지난해 조상우의 패스트볼 구속에는 변화가 감지됐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4㎞로 떨어졌다. 평균 구속마저 149㎞/h에 그쳤다. 여전히 빠른 구속이지만, 구속 하락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조상우는 "변화구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진 것 같다"며 "변화구를 좀 더 사용해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이) 좋아졌는데…. 2020시즌보다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전력으로 던지지 않아도 구속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상우는 패스트볼에 슬라이더를 조합한다. 2019시즌에는 패스트볼(72%)과 슬라이더(24%) 비율이 96%나 됐다.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막아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마무리 투수 특성상 콤팩트한 투구 레퍼토리를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체인지업 비율을 전체 구종 대비 3%에서 6%까지 올렸다. 미세한 변화일 수 있지만, 선수가 느끼는 체감은 크다.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0.282→0.218)을 크게 낮춘 것도 체인지업 덕분이다.
조상우는 "타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구종을 던진 게 주효했다. 이전 시즌엔 거의 던지지 않은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했다"며 "구종이 늘어나다 보니 타자들이 타석에서 생각할 게 많아졌다. 대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구속이 약간 떨어져도 체인지업을 섞으니 마운드 위 위력이 유지됐다.
변화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즌 53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다. 원종현(NC·30세이브), 김원중(롯데·25세이브)을 제치고 개인 첫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던 2019시즌(48경기 평균자책점 2.66)보다 세부지표가 향상됐다. 그는 "열심히 한 시즌인데 타이틀까지 차지해 더 기분이 좋았다.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2019년까지는 조금씩 아픈 곳이 있었는데 지난 1년을 보내면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돌아봤다.
다만 지난해 후반기 부진이 못내 아쉽다. 전반기(이하 평균자책점 0.68)보다 후반기(3.58)에 약간 흔들렸다. 조상우는 투구 패턴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한다. 그는 "풀시즌을 치르다 보니 아무래도 타자들에게 투구가 읽힌다"며 "2021시즌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를 해서 패턴 변화를 더 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우는 2021시즌에도 키움의 마무리 투수다. 키움은 오프시즌 동안 베테랑 불펜 김상수가 FA(자유계약선수)로 SK 이적을 선택했다. 불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조상우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스프링캠프 기간 아프지 않고 시즌을 잘 치를 수 있게 체력적인 부분을 신경 쓰려고 한다"며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마운드에서 좋은 피칭을 해야 한다. 야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우리 팀에는 좋은 야수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수비와 공격을 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