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가 5일 오후 5시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승리호'는 공개 첫날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우크라이나 등 16개국에서 1위를 차지해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영화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이용자 순위에서 1위를 한 것은 지난해 6월 '#살아있다'에 이어 '승리호'가 두번째다.
'대한민국 최초 SF 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초반 화제성을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시청 반응은 팽배하게 엇갈리고 있다. 크게 분류하면 CG에 대해서는 호평, 스토리에 대해서는 혹평이 대세다. 딱 예상한 만큼 나온 결과물에 예상된 반응이 그대로 쏟아졌다. 우주로 날아가는 SF 장르에 기술력은 필수 충족 조건, 여기에서 '한국형'을 담당한 스토리라인은 온갖 영화에서 경험한, 그래서 제발 벗어나고자 했던 신파를 고스란히 답습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로튼에 올린 첫 리뷰에서 "'승리호'는 일관되게 잘 다듬어진 시네마틱 비전을 대담하게 구현했다기보다 제작자가 만든, 이런 영화들에 꼭 들어가야 할 충족조건 사항들을 모두 체크아웃해가는 연습처럼 느껴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공개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300억 대로 넷플릭스에 팔린 것이 천만 다행이다"는 다독임과, "큰 스크린에서 봐야만 했다"는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100% 흡족함을 얻어내진 못했지만 영화계에 길이 남을 '한국 첫 SF 영화' 타이틀은 누가 뭐래도 '승리호'의 차지가 됐다.
출연: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
감독: 조성희
장르: SF
줄거리: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6분
한줄평: '처음'이 주는 가산점
별점: ●●◐○○
신의 한 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CG 기술은 숱한 작품을 통해 이미 증명됐고, 끝판왕 SF 장르에서도 빛을 발했다. 상상력에 의존한 2092년의 지구와 우주를 그럴듯하게 구현해냈고, 실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디테일함도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 오프닝과 클라이막스에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8할은 결국 CG 비주얼이다.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로 전세계에 내놓은 '승리호' 세계관은 '승리호' 제작의 의미가 됐다. CG 업체 필모그래피로는 더할나위없는 한 줄이다. '어벤져스' 보다 인기없는 '스타워즈'라는 말이 있듯, SF 장르는 유독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승리호'는 여전히 낯선 SF 장르에 익숙한 한국 이미지를 묻혀 보다 친근한 '한국형 SF'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형'을 표현해낸 방식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향후 제작될 한국 SF 영화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기준점으로는 여러모로 제격이다. '한국 스타일을 담아냈다'는 목표와 목적에는 분명 근접한 성과. "킬링타임용으로는 결코 나쁘지 않다"는 대다수의 인정도 얻어냈다. 꼬마 캐릭터의 활용 역시 성공적. 작품을 보는 눈이 하늘 끝에 달려있지만, 웬만해서는 또 응원할만큼 아량도 넓은 한국 영화 팬들을 품에 안은 것이 복이라면 복이다.
신의 악 수: 이 촌빨 어쩔거야 진짜. 배경은 2092년 우주로 훌쩍 날아갔는데, 시골에서 갓 상경한 듯한 그 옛날의 촌스러움은 벗어나지 못했다. CG는 '신과함께'로 경험했고, 스토리는 '국제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작품 모두 1000만 돌파에 성공했으니, '승리호'도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1000만 흥행을 맛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전적 의미 속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기에 더 아쉬운 결과물이다. 작품이 공개되면 호평하기 가장 쉬운 배우들의 연기력, 혹은 캐릭터 소화력도 '승리호'는 아웃이다. 최선을 다해 뛰어 노는 듯 보이지만 제자리만 뱅글뱅글 돈다. 비주얼 설정은 독특하지만 개개인의 사연팔이는 공감과 거리가 멀다. 제2의 분유 CF를 연상케 하는 송중기의 부성애는 배경 때문인지, 연기 때문인지, 애초 흐름이 잘못된 것인지 쉽게 와닿지 않고, 어떠한 이미지를 노린 것인지 이해는 되지만 극악무도한 마약상 출신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인류애는 더욱 가당치도 않다. 진선규의 타이거박이 가장 돋보였기에 더 아쉬운 설정이다. 또한 기대했던 마스코트 업동이의 목소리는 유해진과 썩 어우러지지 않아 의아함을 남긴다. 외국 배우들의 발연기를 한국 영화에서 보게될 줄도 몰랐다. n차를 찍게 만들기 위한 이유모를 물음표들이라면 대단한 빅픽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