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KBO리그 판도는 예측불허다. 두산, 키움, KT 등 2020시즌 상위팀들은 주축 선수 이탈로 전력이 약화했다. 반면 하위권은 괄목할만한 전력 보강을 해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가늠이 어렵다.
10개 구단 모두 국내에서 진행하는 스프링캠프도 새 시즌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간스포츠는 전문가들에게 2021시즌 전망을 물었다. 방송 3사 대표 해설위원들이 지난해 결과와 오프시즌 전력 보강, 그리고 선수별 성적 향상 기대치를 바탕으로 2021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예측했다.
지난해 통합우승팀 NC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우승 후보는 만장일치 NC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를 꼽는 물음에는 이견이 없었다. 모두 2020시즌 통합 우승팀 NC를 선택했다.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NC의 탄탄한 마운드 전력을 주목했다. 이 위원은 "일단 작년 우승 경험이 '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발진 전력도 더 좋아질 것"이라며 "데뷔 3년 차를 맞는 송명기가 더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구창모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새 외국인 투수 파슨스가 지난해 뛰었던 라이트만큼만 해준다면, 2020년보다 더 탄탄한 선발진을 갖출 것이다"고 했다. 이 위원은 NC의 유일한 변수로 불펜을 꼽았다. 마무리 투수 원종현의 구위가 2020시즌보다 떨어지면 구원진 재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봉중근 KBS N SPORTS 해설위원도 "우승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NC의 독주도 가능할 것 같다"며 NC를 '1강'으로 내다봤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렸던 간판 타자 나성범이 잔류한 덕분에 전력 이탈 없이 2021시즌을 맞이하게 된 점을 주목했다. 심수창 MBC SPORTS PLUS 해설위원도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가 투수진을 이끌고, 나성범도 잔류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도 상위권이다. NC는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고 했다.
5강 싸움의 다크호스는 롯데
포스트시즌 진출 자격을 얻는 5강 전망은 엇갈렸다. 이순철 위원은 2020시즌 상위 팀 NC, 두산, LG, 키움을 먼저 꼽은 뒤 "2021시즌 롯데의 5위 진입을 예상한다"고 했다. 그의 선택 배경에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있다. 이 위원은 "롯데는 이전까지 불펜 전력이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2020년 '절반의 성공'을 거뒀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선발진은 박세웅 외 한 자리가 관건인데, (2020시즌 후반기에 잘 던진) 이승헌이 더 성장해 7~8승 이상 거둬준다면 충분히 (5강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2020 정규시즌 2위 KT에 대해서는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일본 이적 공백이 크다"고 답했다.
봉중근 위원도 롯데를 주목했다. 봉 위원은 "NC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외국인 선수의 성적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올해도 '역대급' 경쟁이 예상된다. 굳이 꼽자면 NC, 두산, LG, 그리고 롯데가 5강에 들어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롯데는 올 시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팀이다. 에이스 스트레일리, 클로저 김원중의 존재감만으로 4강에 들어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타격은 워낙 좋은 팀이다. 시즌 초반만 잘 풀어간다면 상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5강의 남은 한 자리는 KIA와 삼성을 두고 고심하다가 삼성을 선택했다. 지난해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에 불펜과 선발진 모두 전력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수창 위원은 NC, 키움, KT를 먼저 꼽았다. 그리고 외국인 사령탑 체제로 2021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KIA와 한화의 약진을 전망했다. 심 위원은 "(외국인 감독 체제가) 미지수이긴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한화는 수베로 신임 감독이 제로 베이스에서 선수를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끌어낼 것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선수 기용을 기대할 수 있다. KIA도 에이스 양현종이 팀을 떠났지만, 외국인 선수 기량이 좋다. 그리고 부임 2년 차가 된 윌리엄스 감독이 작년보다 더 좋은 팀 운영을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두 위원이 5강 후보로 넣지 않은 KT를 가을 야구 후보로 꼽은 심 위원은 "강백호와 소형준이 더 발전할 것이다. 고영표도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했다. 베테랑 불펜 투수 안영명 가세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내며 선수들이 '이기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올해도 5강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력 평준화 속 한화의 약세
이순철 위원과 봉중근 위원은 2021시즌 한화의 하위권 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봉 위원은 "나에게 '투수 코치로 어떤 팀에 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한화라고 답할 것이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보는 즐거움이 큰 팀이다. 내년 시즌부터는 성적도 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수창 위원은 "올 시즌은 '역대급'으로 전력 평준화가 이뤄질 거라고 본다. 하위권을 꼽기 매우 어렵다. LG는 고전이 예상된다. 외국인 투수 윌슨이 없고, 류지현 감독님도 사령탑으로는 첫 시즌을 보낸다"고 전망했다.
타격왕 1순위는 이정후
해설위원들은 개인 타이틀 경쟁 구도를 전망하며 한국 야구 투·타 미래로 평가되는 젊은 선수들을 자주 거론했다. 이순철, 봉중근 위원은 박병호(키움)를 홈런왕 1순위로 선택했다. "파워는 여전히 리그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심수창 위원은 홈런왕 1순위로 강백호(KT)를 꼽았다. 그는 "특유의 홈런 스윙이 위력적이다. 올 시즌에는 정확도가 더 향상될 것 같다. 박병호도 건재하지만, 2021시즌에는 강백호가 최고를 차지할 것 같다"고 했다.
타격왕 판도는 이정후(키움)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후의 개인 통산(2017~20시즌) 타율은 0.336다. 이 기간 KBO리그 전체 타자 중 타율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정후는 매년 성장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이순철 위원은 "NC 박민우와 이정후가 타격왕을 두고 경쟁할 것 같다. 이정후가 조금 더 우세할 것으로 본다. 팀 동료였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도 이정후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심수창 위원도 "이정후는 현재 위치와 실력에 만족하는 선수가 아니다. 항상 자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선수다. 2021년은 또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MVP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세 속 구창모 MVP 후보
2020시즌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5걸에 국내 투수는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해설위원들은 올해도 외국인 투수들이 투수 부문 타이틀 경쟁을 주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NC 구창모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순철 위원은 "김광현, 양현종이 해외 무대에 진출한 상황이기 때문에 계보를 잇는 국내 투수가 나와줘야 한다. 구창모가 해낼 수 있다고 본다. NC 전력이 좋으니 구창모가 다승왕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NC의 정규시즌 우승을 전제로 2021시즌 최우수선수(MVP) 1순위도 구창모에게 표를 던졌다. 이 위원은 "작년에는 부상 탓에 정규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그의 페이스만큼은 정규시즌 MVP를 노릴 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중근 위원도 MVP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선수로 구창모를 선택했다. 봉 위원은 "구창모가 지난해 부상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많을 것이다. 평균자책점 경쟁은 외국인 투수에게 밀릴 수 있다. 그러나 2021년에도 NC가 정상에 오른다면 구창모가 가장 크게 기여할 선수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