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 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폭력을 자행한 현직 배구 선수는 V리그 여자부 스타 플레이어이자 쌍둥이 자매인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25·흥국생명)으로 알려졌다. 작성자 A는 자신을 포함해 최소 4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밝혔고, 폭력과 폭언 그리고 모욕을 당한 구체적인 정황을 전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게시물 확산된 10일, 바로 친필 사과문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A에게 피해를 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학폭 가해자를 배구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기업과 방송사도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두 선수가 출연한 광고와 방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삭제했다. 이다영은 이런 상황에서 소속팀 선배 김연경의 개인 SNS 계정을 언팔로우(친구 끊기) 했다. 사과의 진실성이 의심받았고, 여전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13일 또 다른 피해자로 추정되는 B가 나타났다. 커뮤니티 글을 통해 학창 시절, 이재영과 이다영에게당한 피해 사례를 토로했다. B는 글 마지막 부분에 붉은색으로 "너희 전 재산을 다 줘도 피해자들이 받았던 상처는 안 없어진다"고 남기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폭로는 14일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자신의 자녀가 중학 시절, 자매와 함께 배구를 했다고 밝힌 학부모 C의 글이 게재됐다. 최초 폭로 글을 작성한 A는 "가해자(이재영·이다영)가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시켰고, 이를 거절하자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고 했다. C는 "칼로 인한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그 당시에는 다른 학부모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그 후에 알게 됐다"며 "부모의 마음도 지옥인데 아이들은 어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한배구협회, 대한체육회 그리고 흥국생명 구단을 방관자라고 비판했다.
이재영과 이다영 사태가 커지는 동안 남자 배구에서도 '학폭 미투'가 나왔다. OK금융그룹 소속 선수 송명근(28)과 심경섭(30)에게 폭력을 당해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조롱을 당했다는 폭로였다. 해당 선수와 소속 구단도 이를 인정했다.
여자 배구도 불길이 번졌다. 이재영과 이다영이 아닌 다른 선수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14일 한 커뮤니티에 '나는 여자 프로배구 선수 학교 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D는 공으로 얼굴은 맞아서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얼차려를 받았고, 자신뿐 아니라 부모를 향한 폭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D는 "세상 착한 척하는 그 사람을 보면 참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예상대로 학폭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구단들은 좌불안석이다. 남자 배구 한국전력은 선수단을 상대로 관련 사안에 대한 자체 조사를 하기도 했다. 동시에 거짓 폭로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잘못도 없는 선수가 오해를 받거나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단 사실 확인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