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이 지난 15일 두산베어스파크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두산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3)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머리카락을 빳빳하게 올려세운 헤어스타일도 눈길을 끌었지만, 지난해보다 더 커진 몸집이 더 주목받았다. 벌크업(bulk up·근육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운동)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냥 살이 쪘다.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페르난데스가 (자가격리를 마치고) 캠프에 합류했다. 몸이 많이 불었다는데, 예상한 일이다. 본인은 다 근육이라고 한다더라"며 웃어넘겼다. 이어 "개막에 맞춰서 (알아서) 몸을 만든다. 시즌 중에도 쪘다가 빠졌다가 한다. 페르난데스는 타격만 해주면 된다. 큰 문제가 안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주전급 선수를 잘 주시하지 않는다. "알아서 잘 준비한다"며 믿음을 보낸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과 2020년 최다 안타 1위에 오른 타자다. 이미 KBO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증명했다. 캠프 초반 체중을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입국한 페르난데스. 사진=두산 SNS 김태형 감독은 2014년 10월 부임 뒤, 올해로 7번째 스프링캠프를 이끌고 있다. 어느덧 베테랑 사령탑이 됐고, 2~3월 야구를 이끄는 노하우도 정립됐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진행하는 캠프이기에 선수 개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은 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몇몇 투수는 벌써 지난해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인다. 그러나 아직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투수도 있다. 개막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서두르거나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020시즌 투구 수와 이닝이 많았던 투수들은 특별 관리한다. 2월 말, 3월 초 예정된 라이브 피칭과 연습경기도 선수 몸 상태를 봐서 투입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다. 젊은 투수들의 오버 페이스도 경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첫 스프링캠프를 지휘할 때도 초반(1차)에는 선수단에 '자율'을 부여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2차 캠프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관리'에 들어간다. 쓴소리도 한다. 지난해 2월 오키나와(일본) 2차 캠프, 첫 실전(2020 구춘 미야자키 베이스볼스 대회) 경기에서도 정면 승부를 하지 못하고, '볼질'을 하는 젊은 투수들의 투구를 꾸짖었다.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았던 류지혁(현 KIA)에게 다가서 직접 타격 자세를 취하며 지도했다. 두산 캠프를 찾은 김성근 전 한화 감독(현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과 류지혁의 타격 자세에 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두산도 숙제가 많다. 오재일(삼성)이 떠나며 공석이 된 주전 1루수를 찾아야 하고, 국내 선발진 세 자리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관대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시선도 점차 냉철하게 바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