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공식 직함, 등기이사 등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김 회장의 취업제한이 해제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던 김 회장은 2019년 2월 형 집행이 종료됐다. 이후 2년간 해당 회사 취업이 금지됐는데 18일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공식적인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이로써 2014년 판결 직후 총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 회장은 7년 만의 귀환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이 이전까지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다시 여러 개의 타이틀을 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미국 인맥 등을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신사업 확대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 아들의 경영승계를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화와 업계는 지주사인 한화의 대표이사 복귀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장남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 차남 김동원 전무는 한화생명, 삼남 김동선 상무보는 한화에너지를 맡고 있다.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지목한 항공·우주 분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직함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항공우주, 미래 모빌리티,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K방산, K에너지, K금융과 같은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 회장의 신년사 직후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30% 사는 등 우주 사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은 방산, 에너지, 금융 부문의 사업장에서 이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중 지난해 말 다시 업무에 복귀한 김동선 상무보의 경우 형들에 비해 아직 경험이 미숙하다. 이에 김 회장이 한화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책임이 커지고 있는 등기이사는 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배임 혐의 등으로 고초를 겪었고, 70대의 나이에 접어든 만큼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 자리는 꺼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 오너가 중에는 김동관 사장이 지난해 등기이사에 등재되며 책임 경영을 도맡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전경련 회장직 겸임 여부도 관심사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면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 회장직은 부담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예전에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막 경영에 복귀하는 김 회장의 입장에서는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경영 복귀와 관련해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주주총회 일정이 정해지면 안건 등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