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6·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MLB) '대선배' 박찬호(48)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김하성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소속팀 샌디에이고의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23일(한국시간) 처음으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을 알렸고, 24일에는 구단이 마련한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김하성은 이 자리에서 "훈련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유격수를 맡았고, 미국에서는 2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비 훈련에 더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새 동료들의 인상, 함께 호흡한 소감도 전했다. 포지션 경쟁자로 알려진 제이크 크로넨워스에 대해서는 "열정도 많고, 야구도 잘하는 선수 같다"며 "경쟁에 신경 쓰기 보다는 내가 할 일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샌디에이고와 기간 14년, 총액 3억 4000만 달러(한화 3772억) 장기 계약을 한 간판선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 대해서도 "좋은 선수인 것 같다. 왜 슈퍼스타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매니 마차도, 에릭 호스머 등 팀 샌디에이고 주축 선수 이름을 꺼내며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훈련이 재미있다"며 반겼다.
김하성은 박찬호에게 받은 조언 내용도 전했다. 샌디에이고 구단 특별 고문인 박찬호는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입단을 도운 숨은 공신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6일 진행된 김하성의 샌디에고 입단 화상 기자회견에 참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격려한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김하성은 "박찬호 선배님과 최근 통화를 자주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오버페이스하면 다칠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시즌은 길다'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박찬호도 김하성의 조력자를 자처했다. 그는 24일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김하성에게 '절대로 샤워할 때 고참 등을 밀지 말라'고 조언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2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하며 직접 경험하고 확인한 문화 차이에 대해 조언하겠다는 의미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 입단하고 첫 미국 생활을 시작한 1994년 의사소통과 문화 차이의 벽을 실감했다. 김치 냄새를 질색했던 팀 동료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훈련을 마치고 샤워실에 들어온 동료의 등을 밀어주려 한 것도 실제 경험이다. 미국인 입장에선 이해가 어려운 제안이었다.
박찬호는 "미국인들도 아시아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면서도 "경기장 안에서는 혼자 힘으로 해야 하지만, 밖에서는 가족처럼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김하성의 귀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내 얘기를 들려줄 생각"이라며 뜨거운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박찬호는 예능 프로그램, 광고를 통해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