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미국 전역을 누볐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39)가 인천에 입성한다. 추신수의 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계약이 발표된 뒤 추신수가 KBO리그에서 보여줄 성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1652경기를 뛴 베테랑.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험이 있지만, 국내 투수들을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리랑 직구'를 던지는 유희관(두산)과의 맞대결부터 동갑내기 이대호(롯데)와의 자존심 경쟁까지 볼거리가 꽤 많아졌다. 일간스포츠는 3회에 걸쳐 'KBO리그 신인' 추신수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추신수(39)가 보여줄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전망은 비관적일 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 개인 성적이 하락했다. 2019시즌 대비 타율(0.265→0.236)과 출루율(0.371→0.323), 장타율(0.455→0.400)이 모두 떨어졌다.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하면 반등 요인을 쉽게 찾기 힘들다.
눈여겨볼 부분은 세부지표이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신수의 타구 속도(Exit Velocity)는 시속 90마일(144.8㎞)로 MLB 상위 29%였다.
타자가 정타(正打)를 때려도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야수들의 수비를 빠져나가기 어렵다. 타자들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해 힘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다. 2015년 NC에서 홈런 47개를 폭발했던 에릭 테임즈(35·현 요미우리)의 지난해 타구 속도는 시속 88.7마일(142.7㎞). MLB 통산 홈런이 무려 662개인 앨버트 푸홀스(41·LA 에인절스)의 타구 속도가 시속 88.6마일(142.5㎞)이었다. 추신수의 타구 속도는 MLB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 J.T 리얼무토(30·필라델피아)의 스피드(90.2마일)와 비슷했다. 타구 속도만큼은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추신수는 지난해 타구 발사각도(Launch Angle)를 키웠다. 2018년 6.1도로 저점을 찍은 뒤 2019시즌 9.2도에 이어 지난해 11.4도까지 발사각도를 올렸다. MLB 평균(12.7도)보다 낮지만 큰 변화가 감지됐다. 빠른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가 어우러져 이른바 '배럴(Barrel) 타구' 비율이 10.1%로 전년 대비 1.3%p가 늘어났다.
'배럴 타구'는 발사각 26~30도, 그리고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을 기록하는 이상적인 타구를 의미한다. 2020시즌 MLB 평균 배럴 타구 비율은 7.59%였다. 추신수의 기록은 그보다 높았다. 다만 추신수는 시속 95마일(152.8㎞) 이상의 빠른 타구 비율(Hard Hit%)이 49%에서 35.4%로 뚝 떨어졌다. 성적 하락의 가장 원인이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은 2020년 추신수의 기록을 '반등 가능한 부진'으로 해석한다.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 배럴 타구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의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Hard Hit%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환경 변화가 컸다. 개막일이 밀렸고, 단축 시즌(팀당 162경기→60경기)으로 일정이 진행됐다. 모든 타자가 슬럼프를 겪은 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영향이 꽤 크게 작용했다. 2018년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는 시즌 타율이 0.205(200타수 41안타)까지 떨어졌다. 추신수는 시즌 말미 오른손까지 다쳐 부상자명단(IL)에 오르는 등 변수가 많았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추신수는 부상만 없다면 MLB에서 홈런 20개를 기본적으로 칠 수 있는 선수"라며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장타력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다. 슬러거라고 볼 순 없지만, 밀어치는 홈런이 상당히 많은 타자다. 지난해 타구 스피드가 유지됐고 밀어치는 법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 KBO리그에서 뛸 때 장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추신수의 파워와 홈구장의 '궁합'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의 전신 SK 와이번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한 SK행복드림구장은 KBO리그 내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길이가 95m(잠실구장 100m)로 짧다. 여기에 펜스 높이도 2.8m(사직구장 4.8m)로 낮다. 그 영향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자주 홈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지난해 추신수는 330피트(100.6m) 타구 16개를 외야로 보냈다. 이 중 펜스를 넘어간 건 5개. 하지만 KBO리그에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은 추신수와 계약 전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 성적을 산출했다. 그 결과 2021시즌 장타율 0.595를 기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기준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구단 안팎에선 "30홈런은 쳐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추신수의 '파워'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