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K바이오] 반려견 치매약 개발 곽병주 지엔티파마 "국내 최초 오리지널 신약 내겠다"
등록2021.02.26 07:01
1000억개의 신경전달 세포인 ‘뉴런’ 등으로 이뤄진 인간의 뇌는 미지의 영역이다. 과학의 진화로 바이오제약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1.4kg의 ‘작은 우주’인 뇌를 치료하는 방법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으로 전무한 뇌졸중과 치매 등의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뚝심 있는 행보로 주목받는 지엔티파마의 곽병주 대표를 지난 22일 만났다.
글로벌 1호 반려견 인지기능장애 치료제 출시
경기 용인의 지엔티파마 사옥에는 ‘반려견 치매 치료제 제다큐어 신약승인’이라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엔티파마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치매) 치료제 신약 제다큐어의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았다.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셀레길린이 반려견 치매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사실 인간의 파킨슨병에 쓰이던 약물이라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곽 대표는 “그동안 치매 연구의 동물실험 대상은 대부분 쥐였다. 연구 중 반려견의 치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임상을 진행했고, 신약 승인까지 받게 됐다”며 “반려견에게 치매 신약후보물질인 크리스데살라진이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지 몰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반려견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인간의 치매와 유사하다. 곽 대표는 “반려견의 경우 치매가 걸리면 주인을 못 알아보고, 잠을 못 자고, 길을 헤매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인구는 지난해 1500만명을 넘어섰다. 반려견 치매 치료제인 제다큐어가 내달 본격 출시되면 반려인들의 고충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 대표는 “반려견의 경우 8살이 지나면 인지기능장애가 시작된다고 알려졌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 반려견 가족들에게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제다큐어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반겼다.
반려견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11~12세의 28%, 15~16세의 68%가 치매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의사들의 반응이 뜨겁다. 곽 대표는 “치료제는 동물병원을 통해서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외 수출도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논의 중”이라며 “4월이면 파트너의 실체가 드러날 것 같다. 이미 업체를 선정하는 등 국내 생산시설은 확보했다. 국내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제다큐어는 하루 한 알 복용을 권하고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흔들림 없이 뇌졸중·치매 치료제 개발 ‘23년간 한 우물’
지엔티파마의 반려견 치료제는 23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뇌질환 연구에 정진했던 결실이다. 1998년 4월 8명의 교수가 세계 최초로 뇌졸중·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뜻을 모아 설립된 지엔티파마는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곽 대표는 “반려견의 경우 인간의 뇌와 작용원리가 유사하기 때문에 인간의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신경세포 사멸과 아밀로이드 플라크 생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활성산소와 염증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대표는 “활성산소와 염증 중 하나라도 막지 못하면 치료제 개발이 힘들다. 두 가지 경로로 치매 등이 발생하는 것을 알아냈고, 다중 표적으로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해야 하는 게 쟁점이다”고 설명했다.
제다큐어가 바로 활성산소와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 표적약물이라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크리스데살라진을 투여하면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뇌신경세포 사멸이 유의적으로 줄어들고 인지기능이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데살라진이 신경세포 사멸과 퇴행성 뇌질환(타우병증)을 막을 수 있다는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개 이상의 뇌세포 보호약물들이 뇌졸중 임상연구에서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2015년 혈전제거수술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곽 대표는 “지엔티파마의 뇌졸중 치료 후보물질인 넬로넴다즈는 2015년 혈전제거수술이 도입된 후 최초 재연되고 있는 임상이다. 쉽게 말해서 치료를 위해 혈관을 묶었다 풀었다 해야 되는데 혈관제거수술을 통해 혈전을 꺼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넬로넴다즈는 중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그는 “그동안 모두 실패를 해왔던 분야이고, 새로운 임상 방식을 적용한 넬로넴다즈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5년 내 국내 최초, 세계 최초 오리지널 뇌질환 신약 목표
전 세계 뇌질환 분야에서 상징적인 재단으로 꼽히는 미국 알츠하이머재단에서도 지엔티파마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 게이츠도 투자하고 있는 재단이다. 곽 대표는 “재단에서 연구비 신청 제안이 들어왔고 제출한 임상의향서는 승인이 났다. 300만 달러 규모로 아주 크진 않지만 상징성이 있다”고 했다. 지엔티파마는 이를 계기로 각국의 재단과 센터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뚝심으로 미지의 영역 개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설립자의 뜻을 그대로 이어가며 세계 최초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곽 대표는 “바이오기업들은 신약물질의 특허 기간(보통 20년) 등을 고려해 기술을 수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우리는 20년 넘는 시간에도 개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수의 바이오기업도 기술 수출 없이도 한눈팔지 않고 버틴 지엔티파마의 '외길 연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곽 대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오리지널 약을 세계에 내놓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엔티파마는 5년 내로 뇌졸중·치매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장애물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는 “뇌졸중·치매 환자들은 독립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에서 보호자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리고 글로벌 3상 임상에만 2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임상 자금 수혈을 위해 올 연말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인간의 치매 치료제 임상의 경우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곽 대표는 “임상 기간을 기존 계획보다 4분의1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물의 경우 8주 투여로 효과를 증명했다. 사람에게는 6개월만 투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제다큐어는 3년 내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 대표는 “5년 후 지엔티파마는 전 세계적으로 다 아는 바이오기업으로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뇌졸중 치료제도 세계 시장에 진출해 있을 것이다”며 변함없는 연구개발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