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27·GS칼텍스)의 별명은 '소영 선배'다. 삼각편대 한 축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리그 레프트 중 유일하게 리시브 부문 5위 안에 이름을 올릴 만큼 수비 기여도가 높다. 코트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기도 하다. GS칼텍스의 리더이자 살림꾼. 그의 별명에는 '의지할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소영의 진가는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도 발휘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의 6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장해 17득점, 공격 성공률 53.57%를 기록하며 소속팀 GS칼텍스의 세트 스코어 3-1(25-19, 25-19, 22-25, 25-17) 승리를 이끌었다. GS칼텍스는 올 시즌 처음으로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전적(18승9패)과 승점(53점)은 흥국생명과 같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앞섰다.
이소영의 득점은 러츠(30점)와 강소휘(18점)보다 적었다. 그러나 집중력은 단연 돋보였다. 특히 부정확하게 올라온 세트를 해결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줬다. 1세트 3-3에서는 스파이크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공을 상대 코트 빈 위치로 툭 밀어 넣었다. 세트 14-10, 15-11에서는 팀 동료들의 좋은 수비 덕분에 간신히 연결된 세트를 상대 블로커 손끝을 겨냥해 터치 아웃 득점으로 연결했다. 몸을 날려 공을 살려낸 동료들의 근성을 더 빛나게 만들었다.
이소영은 경기 뒤 "볼(세트)이 나쁘더라도 '일단 처리를 하자'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때려낸 것 같다. 세터들에게도 '흔들려도 괜찮다'는 말을 해준다. 차상현 감독님도 (매끄럽지 않은 플레이가 나와도)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흥국생명전은 이런 부분이 잘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GS칼텍스는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했다. 반면 2위 흥국생명은 1승4패. 흥국생명은 이다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학교폭력) 사태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고 이탈한 뒤 팀 전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GS칼텍스의 우승 전망이 우세하다.
이소영은 데뷔 2년 차였던 2013~201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GS칼텍스의 기둥이 돼 다시 정상을 노린다. 이소영은 "그때는 막내였기 때문에 (선배들) 따라가기에 바빴다. 이제는 끌고 가야 할 위치다. 든든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힘들게 (정규시즌 )1위에 올라온 만큼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팀원 모두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개인적으로도 한 단계 높은 위치로 도약할 기회다. 이소영은 2017년 십자인대, 2019년 발목과 발등 부상을 당하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올 시즌은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득점 9위, 공격종합 4위, 리시브 5위, 디그 10위에 올라 있다. 전천후 활약이다.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소영은 "내가 부상이라는 단어를 달고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나를 믿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 시즌은 잘 버티고 있어서 나 자신에게 고맙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기록이 안 좋아지는데, 올 시즌은 후반기에도 (경기력이) 조금 더 좋은 게 느껴지다 보니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2020~21시즌 치른 27경기를 돌아봤다.
정규시즌 MVP는 최근 15시즌 연속 정규시즌 1위 팀 소속 선수가 차지했다. 이소영이 남은 세 경기에서 현재 경기력을 유지하며, GS칼텍스의 1위 수성을 이끈다면 MVP로 선정 가능성도 매우 높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돌아온 V리그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데뷔 초기 '아기 용병', 현재 소영 선배에 이어 새로운 수식어도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대표팀도 반갑다. 이재영이 국가대표팀 자격을 박탈당하며 주전 레프트 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 이소영은 클러치 상황에서의 해결 능력과 서브 리시브 모두 이재영에 뒤지지 않는다. 이소영도 "올림픽은 예선전만 치러봤다. 본선 무대 출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기회가 온다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쿄 올림픽 출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