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훈련 중인 오승환의 모습. 오승환은 지난해 커브 비율을 높인 10월 0점대 월간 평균자책점으로 쾌투했다. 삼성 제공 사령탑이 바라보는 '끝판왕' 오승환(39·삼성)의 2021시즌 키워드는 '완급조절'이다.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돌직구'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속 150㎞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꽂는다. 타자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KBO리그 불펜 투수 중 한 명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오승환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평균 146㎞)였다.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수준급 구속을 유지 중이다. 불혹을 앞둔 나이를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아이러니하게 허삼영 삼성 감독은 '힘을 뺀' 오승환의 모습을 기대한다. 허삼영 감독은 10일 열린 NC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오승환 하면 '돌직구'를 떠올리지 않나. 지난해 후반기 변화구 비율이 높았다"며 "무조건 직구를 던지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매조질 수 있는 그런 오승환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고 대비하는 만큼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3승 2패 2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했다. 약 6년 만에 KBO리그로 컴백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월별 성적이다. 기복이 있었다. 복귀 첫 달인 6월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25(8이닝 2자책점)로 쾌투했다. 그런데 7월 갑자기 흔들렸다. 월간 평균자책점이 6.52(9⅔이닝 7자책점)까지 치솟았다. 직구 구종 피안타율이 0.409까지 악화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까지 0.308로 높았다. 두 구종의 비율이 80%가 넘는 오승환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 구속은 웬만한 투수의 직구 수준이다. 빠른 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니 타자들의 노림수도 분명했다.
오승환은 8월과 9월 조정기를 거쳐 10월 '끝판왕'의 면모를 되찾았다. 월간 1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71(12⅔이닝 1자책점)을 기록했다. 10월 한 달 동안 최소 1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리그 전체 1위(2위·한화 김진영 0.75)였다. 피안타율이 0.159, 이닝당 출루허용(WHIP)까지 0.71로 낮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10월 30일 대구 NC전 실점(1이닝 1실점)만 아니었다면 월간 평균자책점 '0'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반등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투구 레퍼토리 조정이었다. 오승환은 9월 56%였던 직구 비율을 45%까지 떨어트렸다. 대신 3%에 불과했던 커브 비율을 9%까지 끌어올렸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포크볼을 간간이 섞던 레퍼토리에서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에 커브까지 던지는 '4피치' 유형으로 변화했다.
오승환의 10월 커브 피안타율은 제로. 빠른 공만 잔뜩 노리고 있는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았다. 감독이 바라는 2021시즌 오승환의 모습이다. 허삼영 감독은 "(연습경기 등판은) 다음 주쯤 되지 않을까 싶다. 감각적인 건 큰 문제 없다"며 "지난해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했다.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거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승환은 올 시즌에도 삼성의 마무리 투수다. 5세이브만 추가하면 KBO리그 통산 30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그는 "단조로운 패턴보다 투구 레퍼토리를 늘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 포수가 사인을 내는 공이 가장 좋은 공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포수 사인을 믿고 던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