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레이 레너드(55·미국), 로베르토 두란(60·파나마), 토마스 헌즈(53·미국)와 함께 1980년대 중(中)량급 전성기를 이끈 F4(패뷸러스 4)의 일원 해글러가 14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자택에서 사망했다. 해글러의 아내 케이 G. 해글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행히도 내 사랑하는 남편 마빈이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미국 뉴저지주 뉴아크 빈민가 출신에서 어머니 손에 자란 해글러는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남들과 싸우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길거리 싸움 대신 복싱을 배웠다. 해글러는 만 18세였던 1973년 전미 아마추어 선수권 정상에 오른 뒤, 곧이어 프로복싱에 뛰어들었다. 1980년에는 알란 민터를 꺾고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해글러가 더욱 유명해진 건 라이벌들과 대결 덕분이다. 승승장구하던 해글러는 1983년 국제복싱연맹(IBF) 챔피언벨트까지 거머쥔 데 이어,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린 두란에 15회 판정승을 거두며, 두란의 세 체급 석권을 막았다. 그리고 1985년엔 역시 체급을 올린 헌즈마저 3라운드 TKO로 꺾었다. 이 경기 해설가는 레너드였다.
해글러는 1987년 그 레너드와 대결한다. 레너드는 은퇴 이후 복귀를 선언했고, 해글러도 레너드와 대결하기 위해 챔피언 벨트 3개 중 2개를 포기했다. 해글러는 판정 논란 속에 졌고, 레너드가 자신의 재대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그대로 은퇴했다. 67전 62승(52KO) 2무 3패. 해글러는 화려하진 않아도 성실함을 바탕으로 다져진 탄탄한 복싱 덕분에 '마블러스(경이로운) 마빈'으로 칭송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