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39)를 일단 좌익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우익수(통산 8109⅔이닝)로 주로 나섰지만, 좌익수(1722이닝)로도 꽤 뛰었다. 김원형 감독은 "우익수는 한유섬(개명 전 한동민)이 있다. 그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감독의 책임"이라며 "추신수도 '팀이 원한다면 어떤 포지션이든 뛸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 SSG 주전 좌익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의윤(35)·고종욱(33)·오태곤(30)이 경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달 추신수가 입단하며 바늘구멍마저 닫혔다. 주전 좌익수를 노렸던 선수들은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김원형 감독은 "추신수 영입이 발표된 뒤 세 명(정의윤·고종욱·오태곤)이 좌절하더라. 누군가는 나와 눈도 안 마주쳤고, 누군가는 '다른 포지션을 맡겠다'고 농담하더라. 그래도 며칠이 지난 뒤에는 모두 열심히 훈련했다. 당장은 추신수가 주전이지만, 세 선수의 활용도도 분명히 있다. 경쟁력 있는 백업 선수가 늘어난 셈"이라고 했다.
추신수가 시즌 내내 수비까지 소화하긴 쉽지 않다. 김원형 감독도 "추신수가 1주일 내내 야수로 나서긴 어렵다. 체력 관리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추신수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기에는 정의윤·고종욱·오태곤 중 한 명이 선발로 나갈 것이다.
이제부터 셋은 좌익수 백업 '1옵션' 경쟁을 시작한다. 김원형 감독은 개인 스타일과 컨디션,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더 커졌다. 백업 2·3번으로 밀리면, 몇 경기씩 결장하거나 2군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유섬도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원형 감독은 "한유섬에게도 조금씩 좌익수 훈련을 시켜볼 생각이다"고 했다. 김원형 감독도 추신수가 제자리(우익수)에 나서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한유섬은 2018시즌 41홈런을 기록하며 주축 타자로 올라섰지만, 이후 20홈런 이상을 때리지 못했다. 타율도 2할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한유섬이 반등하지 못하면 우익수는 추신수에게 내주고, 주전 좌익수를 두고 경쟁하게 될 수도 있다.
추신수는 최선을 다해 '건강한 경쟁'을 이끌 생각이다. 추신수는 "한 시즌 내내 한 선수가 자리를 지키는 건 어렵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백업 선수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으면 좋겠다"며 "이런 경쟁이 있어야 팀이 나아진다. 나도 내 자리가 항상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만하지 않는 추신수의 자세는 백업 선수들에게 오히려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또 하나의 추신수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