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 감독. IS포토 류지현(50) LG 감독은 지난해 11월 LG의 13대 사령탑에 선임됐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그는 선수들과의 상견례에서 "감독이라고 (구단과 선수단에) 내 색깔을 입힐 생각은 없다"라고 첫 마디를 뗐다.
초보 감독인 그는 영리하게 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 시절 얻은 '꾀돌이'라는 별명이 지금도 잘 어울린다.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해서 마음을 얻는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 남부 원정을 유연하게 운영했다. 김현수와 채은성, 오지환, 유강남 등 주축 선수를 제외한 채 1차 캠프가 진행된 이천 챔피언스파크를 떠났다. 주축 선수들은 이천에 남아 훈련하다가 지난주 본진에 합류했다. 컨디션 관리가 필요한 베테랑을 배려하면서, 연습경기 때 신진급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류지현 감독은 "선수마다 루틴이 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했다. 최근 류지현 감독은 전지훈련 기간 집을 떠나 있는 기혼 선수의 집으로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다. 선수의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곧 다가올 '결정의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구단 간 평가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오는 20일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를 확정해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탈락한 선수와 개인 면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는 실망하면서 2군에 내려가지 않겠나. 선수들이 느낄 실망감을 최소화하는 게 내 역할이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시즌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개막 엔트리가 시즌 전체(기용)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류지현 감독은 경쟁 포지션 구도에 관한 질문에 구체적 답변보단 "상황에 맞게 기용하겠다"고 답한다. 엔트리 관련 일대일 면담도 "내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그러면 선수들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는 오랜 코치 생활에서 터득한 것이다. 류지현 감독은 200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계속 야구장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했던 2년을 제외하면 줄곧 LG 유니폼만 입었다. 선수들과 활발한 소통도 "코치 생활을 하며 보고 배운 것"이라고 했다.
류지현 감독은 "한 시즌을 소화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운함을 느끼는 선수들이 있다. 원 팀(One Team)이 되기 위해선 이런 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코치 시절보다 시간이 훨씬 빨리 지나간다"는 그는 "코치는 (변화를 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다양한 결정을 하고,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코치일 때는 기술적인 부분을 선수들과 얘기했다면, 이제는 선수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히 챙겨야 한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