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 불펜 평균자책점(4.69)은 KBO리그 3위였다. '홀드왕' 주권이 활약했고, '1986년생 트리오' 유원상·전유수·이보근도 허리 싸움에 힘을 보탰다. KT는 탄탄한 불펜을 앞세워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정규시즌 2위)에 성공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영명·박시영을 영입해 뎁스(선수층)를 강화했다. 가용 자원이 많아서 이강철 KT 감독은 개막 엔트리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런 KT 불펜진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우타자 공략이다. 2020시즌 KT 불펜의 우타자 피안타율은 0.288였다. 10구단 중 최하위였다. 조현우는 0.308, 전유수는 0.295다. 이보근(0.235)과 유원상(0.238)은 우타자에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나이로 36세가 된 만큼 노쇠화를 대비해야 한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과 셋업맨 주권은 좌우 타자와 상관없이 8·9회를 맡는 보직이다. 6~7회에 나서는 KT 불펜 투수 중 우타자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투수가 늘어나야 한다.
이강철 KT 감독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투수들을 지켜봤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우완 투수 이상동과 우완 사이드암 이강민을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이 가장 주목한 투수는 좌완 하준호(32)다. 이강철 감독은 "오른손 타자를 잡을 투수가 더 필요하다. 특히 왼손 투수이면서 오른손 타자에 강한 투수가 있으면 좋다. 하준호가 더 좋아져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준호는 2020시즌 42경기에 등판해 41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 5홀드 평균자책점 6.05를 기록했다. 불펜 핵심 자원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우타자에 매우 강했다. 111타자를 상대해 피안타율 0.217을 기록했다. 2019~20시즌 피안타율은 0.205. 빠른 공의 구속은 시속 140㎞대 중반까지 찍힌다. 체인지업도 좋은 편이다.
강점이 분명한 투수다. 그러나 약점도 많다. 지난해 기록한 경기당 볼넷 허용이 5.83개. 40이닝 이상 소화한 KT 투수 중 가장 많았다. 5월 30일 키움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주기도 했다. 시즌 피안타율(0.239)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높은 이유다.
이강철 감독은 1년 전 스프링캠프에서도 "하준호는 좋은 자질을 갖춘 투수"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마운드 위에서 제구력이 크게 흔들렸을 때도 "1군에서 써야할 투수"라며 선수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조금만 향상되면 불펜 운영에 큰 힘이 될 투수라고 믿는다. 마침 우타자를 봉쇄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 하준호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 이제 선수가 부응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