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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황희찬 선수가 뛰고있어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RB라이프치히 하지만 라이프치히가 독일 내에선 공공의 적이자 왕따 구단이란 사실은 모르는 팬들이 많다.
그 계기는 세계적인 에너지 드링크 회사 레드불(Red Bull)이 2009~2010 시즌 당시 독일 5부리그였던 SSV 마크란슈태트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분데스리가 승격이 목적이었던 레드불은 인수 즉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단 7년 만인 2016~2017시즌 1부로 쾌속 승진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독일의 프로축구에는 독특한 '50+1' 규정이 있는데 이는 독일의 프로축구 구단은 비상업·비영리단체가 51% 이상의 구단 지분을 보유하게해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팬들이 팀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팀이 외부 자본으로부터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레드불은 이를 교묘히 빠져나갔다. 레드불은 자체 최대인 49%의 지분을 보유한 뒤, 나머지 51%의 지분을 레드불 고위인사를 포함 십여 명의 관련자들에게만 팔아 의결권을 장악, 자신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막을 여지를 사실상 없앴다.
이는 14만 명에 달하는 의결권을 가진 팬들이 있는 도르트문트와 비교가 된다.
또한 레드불은 RB라이프치히의 'RB'가 기업명 표기 금지 규정에 제재를 받자 'Red Bull'이 아닌 독일어 'RasenBall'의 약자라고 설명했다. 직역하면 '잔디 공놀이'가 되는 해괴한 숙어를 만들어 레드불의 약자로 보이도록 한 술수였다.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며 '자신이 곧 구단이다'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다른 독일 축구팬들의 입장에선 쓸 수 있는 모든 편법을 이용해 축구를 상업화 시킨 라이프치히가 달가울리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라이프치히의 행보가 개척자라고 보는 입장도 많다.
공격적인 투자로 단숨에 우승 후보 전력이 된 라이프치히는 8년 연속 리그 우승으로 서서히 독재자가 되어가던 바이에른 뮌헨에 대항해 굳어있었던 리그의 판도를 신선한 바람으로 흔들고 있다.
이 영향력이 리그 질 향상과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시선은 라이프치히의 성적으로 향한다. 어쨌든 프로라면 결과로 말해야 한다.
라이프치히가 뮌헨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독일 팬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리그에 큰 변화를 이끌 수도 있겠지만 실패를 거듭한다면 단순 비난의 대상으로 결말 맺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라이프치히가 일으킨 신선한 바람이 그저 지나가는 산들바람일지 아니면 리그 전체를 바꾸는 태풍이 될지 주목이 된다.
한편 현재 리그1위 바이에른 뮌헨을 승점 4점 차로 쫓고 있는 라이프치히는 4월 4일 새벽 1시 30분(한국시각) 바이에른 뮌헨을 홈으로 초대해 승점 6점짜리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김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