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목표는 챔피언십결정전 우승이다. '원맨팀'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국인 선수의 선전이 절실한 이유다.
흥국생명은 지난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IBK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3-1(25-20, 23-25, 25-18, 25-21)로 승리했다.
'에이스' 김연경의 경기 지배력이 발휘됐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60%를 기록하며 29득점을 쏟아냈다. 젊은 센터 이주아와 김채연은 각각 블로킹 4개와 3개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센터 김희진, 김수지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제 1승만 더하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흥국생명은 6라운드에서 1승4패를 당하며 GS칼텍스에 정규시즌 우승을 내줬다. 주전 세터 이다영과 레프트 이재영이 학폭(학교폭력) 사태로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받고 이탈한 뒤 팀 전력과 분위기가 급격히 저하됐다. 그래서 기업은행전도 열세가 예상됐다. 흥국생명은 2월 24일 열린 기업은행과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도 0-3으로 완패했다.
이 경기에서 기업은행은 주전 센터 조송화가 컨디션 난조로 흔들렸지만, 백업 김하경이 분위기를 바꾸는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흥국생명전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득점원(라자레바)를 보유했고, 백업층도 더 두껍다. 기업은행이 PO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 이유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모처럼 '원팀'이 됐다. 김연경은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두 번째로 60%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불안정한 세트에도 왼손으로 득점을 해내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저력이 다시 발휘되기 시작했다.
불안 요소도 있다. 외국인 선수 브루나의 경기 기복이다. 브루나는 PO 1차전에서 19점을 지원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28.57%에 그쳤다. 팀 범실 50%에 해당하는 13범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루나는 정규시즌 두 차례 나선 기업은행전에서 공격 성공률 19.61%를 기록했다. 2월 16일 첫 출전에서는 세 세트를 뛰고도 1득점에 그쳤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2월 24일 기업은행전 뒤 "브루나가 기업은행전에 유독 약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PO까지 세 경기 모두 부진했다. 원래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되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다. PO가 하루 휴식 뒤 치러지는 단기전 변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브루나가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22일 PO 2차전에서 승리해 GS칼텍스가 기다리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도 숙제는 여전할 것.
기업은행은 PO 1차전에서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다. 레프트 표승주가 '목적타(특정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보내는 전략)'를 극복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팀 리시브 효율(30.07%)이 가장 낮은 팀이다. 흥국생명전 리시브 효율도 29.58%에 불과하다.
그러나 2월 24일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리시브 효율 36.92%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도 표승주는 고전했지만, 김주향(33.33%)과 리베로 신연경(54.55%)은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줬다.
2차전에서도 리시브가 흔들리면 벤치가 빠르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기업은행이 1차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제로 2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정규시즌 평균 기록을 무시할 순 없다. 그래서 브루나의 선전이 필요하다. 서브 레프트 김미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도 1차전에서 라자레바 원맨팀이었기에 패했다. 흥국생명의 PO 2차전, 남은 봄 배구 최대 화두는 명확하다. '계산이 서는' 김연경의 지원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