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안팎에서 악재가 겹쳤다. 재기를 노리고 있는 이영하(24·두산)의 2021시즌 준비는 순조롭지 않다.
이영하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인터뷰를 자청했다. 최근 불거진 학폭(학교폭력)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 한 방송 프로그램(PD수첩)은 스포츠계에 불거진 학폭 사태를 조명하며 고교 시절 이영하와 김대현(LG)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A는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이영하의 에이전시(에이스펙코퍼레이션)는 18일 "이영하가 투수조 조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쓴소리한 적이 있고, 단체 집합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지정해 가혹 행위 등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21일에는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하가 직접 나선 것이다.
A는 방송을 통해 이영하와 김대현이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괴롭혔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단어로 그들의 부름에 대답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영하는 A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단체로 2~3차례 집합을 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 부분에 대해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특정 한 명을 지정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영하는 2018년 4월, 브로커로부터 승부 조작을 제안을 받은 뒤 바로 거절한 뒤 소속 구단(두산)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KBO는 그해 11월, 규약 제152조 '유해행위의 신고 및 처리' 따라 모범적인 대처를 보여준 이영하에게 포상금(5000만원)을 지급했다. 이영하는 이듬해 포상금 일부를 야구 발전 기금과 소아 난치 질환 환아 지원금으로 기부했다.
모범적인 선수로 알려진 선수가 학폭 가해 의혹을 받았다. 반향이 컸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 이루고 있는 상황. A는 방송 인터뷰에 응했을 만큼 강경하게 나섰고, 이영하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영하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미지가 실추됐고, 심적 압박 탓에 2021시즌 준비도 차질이 생겼다.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 2021시즌이 개막한 뒤에도 아무래도 출전에 있어 안팎으로 영향을 미친다. A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무거운 징계가 불가피하다.
이영하는 그라운드에서도 위태롭다. 2019시즌 17승(4패)을 거두며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대표 영건으로 기대받았지만, 지난 시즌엔 초반부터 부진하며 선발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며 2021시즌을 준비했지만, 1차 캠프 도중 근육통이 생긴 탓에 2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라이브 피칭과 실전 등판이 늦었다.
이영하는 21일 KT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상대 타자 강백호의 타구에 왼쪽 뒤꿈치를 맞은 뒤 부축을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튿날 김태형 감독은 "(왼발에)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계획된 투구 수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투구 내용도 안 좋았다. 최고 구속도 시속 144㎞에 불과했다. 2020시즌 평균 구속이 145.8㎞였던 투수다.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고, 심적으로도 흔들리고 있다. 좁아진 팀 내 입지가 조바심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야구 인생 최대 위기에 놓였다.